■ 김종민의 Deep Read - 이재명 정부와 ‘검찰개혁’
국가수사위, 법무·행안·검경 권한 통합한 슈퍼 수사통제기구… 대통령·집권세력이 좌지우지
중수청, 사법통제장치 없는 경찰복지기관 전락 우려… 수사 장기화로 범죄피해자 고통 늘 것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들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7년간 유지돼 오던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법안들이다. 검찰개혁은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수사권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슈퍼 수사통제기구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는 이번 검찰개혁 방안의 핵심이다. 모든 수사기관에 대한 지휘와 통제·조정·감독 및 감찰권뿐 아니라 수사 관련 법령의 제·개정, 수사 관련 정책 수립, 수사심의신청사건의 조사 및 처리 등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과 경찰청, 지방검찰청의 권한을 통합한 ‘슈퍼 수사통제기구’다. 국가수사위 설치는 공산당이 직접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다.
국가수사위는 경찰청, 중수청, 공수처, 해양경찰청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사권을 가진 기관을 모두 관할한다. 위원회는 11명으로 구성되며 국회 선출 4명, 대통령 지명 4명, 국가수사위 위원추천위원회 추천 3명이다. 국가수사위 위원추천위원회는 5명으로 구성되며 법원행정처장·법무부 장관·행안부 장관·공소청장·국무조정실장이 각 1명씩 추천한다. 결국 대통령과 집권세력 의지대로 구성된다. 시민사회단체 추천자도 위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권과 유착된 변호사·언론인·시민단체 출신이 국가수사위를 통해 국가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권한은 행정조사권이다. 수사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및 사실조회, 출석요구(제21조), 청문회(제22조), 방문점검(제23조), 수사관 직무집행에 관한 사실조사(제31조), 질문 검사권(제32조)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수사의 사법적 성격을 혼동해 행정조사 관련 규정을 전부 포함시킨 것인데 행정위원회가 사법작용인 수사에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경우는 없다.
수사의 밀행성 원칙과도 어긋난다. 기밀 유지가 수사 성공에 필수적인데 국가수사위가 상시적으로 진행 중인 수사에 개입하고 증거물 제출 확인, 수사관 조사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대범죄 수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정권과 유착된 부패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경찰 복지법’인가

검찰 수사권 폐지로 신설되는 중수청은 행안부 장관 소속 기관으로 설치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마찬가지로 중수청도 행안부 소속 기관이면서도 행안부 장관은 인사와 구체적 수사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 국가수사본부장과 중수청장이 인사와 구체적 수사지휘에 관한 사항을 독점하는 구조다.
행안부와 경찰 중심으로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고위직 검사 출신은 중수청장으로 임명되기 쉽지 않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나 검찰수사관이 중수청 수사관으로 전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동기부여도 없다. 사실상의 ‘경찰복지법’이 되고 말았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 연방마약범죄수사국(DEA)이 모두 연방법무부 산하 기관이다. 중수청이 신설된다 해도 법무부 장관의 지휘와 통제를 받도록 하는 체계가 바람직하다.
여권의 검찰개혁 4대 법안 중 가장 중요한 형사소송법개정안은 빠져 있다. 일단 법안을 통과시킨 뒤 법무부와 행안부 등에 형소법 개정 작업을 맡길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형소법 제195조 이하에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수사에 관한 많은 규정이 존재한다. 형사사법의 기본법인 만큼 형소법 개정안을 함께 마련해 전문가들의 심층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찰불송치 사건에 대한 처리도 문제다. 검찰이 담당해 왔던 경찰불송치 이의신청 사건은 국가수사위에서 처리한다. 중수청 수사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은 중수청과 지역중수청에 설치되는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법체계상 맞지 않고 실질적인 재수사가 가능하지도 않으며 범죄피해자의 권리구제에 심각한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폐지되는 고등검찰청에 대응하는 기관 설립을 예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검이 담당하는 항고사건 처리, 고등법원 형사항소 사건 공소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사법 통제 없는 경찰
“모든 수사는 사법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근대 형사사법의 대원칙이다. 국수본, 중수청, 공수처가 병존하게 되면 국가적 수사 총량은 늘어나지만, 그에 비례하는 효과적인 사법통제 장치는 검찰청 폐지로 완전히 무력화된다. 현재도 국가수사본부장은 영장신청을 통한 강제수사 단계가 아니면 법원과 검찰의 어떠한 사법통제도 받지 않는 독립적 수사권을 행사하는데, 중수청이 신설되면 자의적인 경찰수사권 남용의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검경 수사권조정 이후 수사절차가 복잡해 지면서 민생범죄 사건 처리 기간이 과거에 비해 몇 배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수청이 신설되면 수사절차는 한층 더 복잡해져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수사 지연이 가장 뚜렷한 분야는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였다.
사기 범죄의 경우 경찰의 6개월 초과 처리 사건 비율은 2020년엔 11.8%에 불과했지만, 수사권 조정 후에는 24.8%(2021년)→32.8%(2022년)→28.0%(2023년)였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가 가능했을 때는 20% 안팎이던 경찰의 3개월 초과 처리 사건 비율은 2021년 이후 40∼60%대로 급증했다. 검찰이 처리한 피의자 수도 236만1611명(2019년)→150만2925명(2023년)으로 줄었으나 3개월 초과 처리비율은 같은 기간 6.8%에서 10.2%로 늘었다. 검찰청이 폐지되면 수사 장기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그 결과 범죄피해자의 고통만 가중될 것이다.
한국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질서와 저비용 고효율의 형사사법제도를 운영할 수 있었던 건 검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검찰이 비판받았던 근본원인은 인사권을 수단으로 검찰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 온 정치권력에 있었다. 검찰을 폐지하더라도 경찰(국수본), 중수청, 공수처의 인사권을 대통령 등 집권 정치권력이 장악하는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정치검찰’이 ‘정치경찰’로 바뀔 뿐이다.
◇중국식 공안통치
검찰청을 폐지하고 국가수사위 설치로 모든 수사기관을 지휘·통제·감찰하겠다는 여권의 검찰개혁은 위헌 소지가 농후하며 집권 정치권력이 모든 수사에 직접 개입하는 ‘중국식 공안통치 체제’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변호사, 법무법인 MK 파트너스
■ 용어설명
‘검찰개혁’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 외에 국가수사위원회,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등 3개 기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들을 일컬음.
‘검경 수사권조정’이란 검찰이 수사·기소권 등 권한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것. 2020년 1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1년 시행.
■ 세줄 요약
슈퍼 수사통제기구: 국가수사위원회는 법무·행안부, 검찰청과 경찰청 등의 권한을 통합한 슈퍼 수사통제기구로 위헌적임. 이는 집권 공산당이 직접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 유례없는 제도.
‘경찰 복지법’인가: 중수청은 경찰복지기관으로 전락할 우려. 검찰청 폐지로 중수청에 대한 사법통제 장치는 무력화해지며, 이는 ‘모든 수사는 사법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근대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반하는 것.
중국식 공안통치: 여권의 검찰개혁은 ‘중국식 공안통치 체제’로 가겠다는 선언임. 국수본, 중수청, 공수처가 병존하면 국가적 수사 총량은 늘어나지만 수사의 장기화 문제는 훨씬 심각해지고 범죄 피해자의 고통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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