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원뿔이 있는 풍경, 120×40×70㎝, 적동 황동, 철, 1991.
김승희, 원뿔이 있는 풍경, 120×40×70㎝, 적동 황동, 철, 1991.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그니처홀은 역시 ‘사유의 방’인 것 같다. 금동미륵반가사유상(국보 78호, 83호) 두 점만의 전시에서도 영혼의 정화를 체험할 수 있다. 양식적 차이가 다소 있지만, 형태 완성도와 포즈, 비례, 유려한 곡선, 표정 등이 압권이다. 유명한 로댕의 세속적 근육질 ‘팡세’와 비교된다.

유럽에서 돌에 매달릴 때, 우리는 금속 문화의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이 점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고성 ‘바우지움’에서 만난 김승희의 금속조형 작업에서도 그 정신적 유산이 고스란히 발견된다. 고도의 금속공학 기술을 살상무기 만드는 데 쓰지 않고, 인류 구원과 정신세계의 고양에 바쳐온 정신유산 말이다.

작가의 조각은 풍경적이면서도 정물적이다. 민화에서 길상의 의미가 담긴 기명절지(器皿折枝)의 모티브를 띠고 있다. 물론 미학적 근간은 구도적 명상과 군자적 기품 같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한 전통적 유산을 모던한 양식과 접속시키고 있어 감각적으로 신선하다. 지적이고 산뜻한 서정은 덤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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