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악천후가 고문” 불만
매킬로이 등 다수 평정심 잃어
라커룸 문 부수고 티마커도 파손

페어웨이인가 해저드인가
J J 스펀(미국)의 극적인 우승으로 막을 내린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US오픈의 코스 컨디션 등 대회 운영에 뒷말이 무성하다.
올해 US오픈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미국에서 가장 난도 높은 골프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다. 125년 역사의 US오픈이 10회 이상 열린 골프장도 이곳이 유일하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독특하다. 미국의 여느 골프장과 달리 큰 나무가 코스 내에 없다. 1990년대 초반부터 코스의 난도를 높이기 위해 수천 그루의 나무를 모두 베어낸 탓이다. 대신 코스 곳곳에 숨어 있는 벙커와 빠른 그린, 길고 억센 러프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US오픈에선 마지막 날 엄청난 비까지 더해졌다. 페어웨이는 물론, 그린까지 흠뻑 젖었다. 하지만 미국 현지시간으로 아버지의 날(6월 세 번째 일요일)에 대회를 마쳤던 전례를 따르려는 듯 후반 막판엔 빗속에서도 경기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샘 번스(미국) 등 일부 선수는 경기 진행을 두고 경기위원과 마찰도 빚었다. 미국 매체 CNN이 US오픈 마지막 날의 현장을 ‘골프계의 아수라장’이라고 부르며 “악천후가 선수들을 고문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가뜩이나 어려운 코스에 많은 비가 더해진 코스 상태에 불만이 터지는 것은 당연했다. 티럴 해턴(잉글랜드)처럼 마음에 드는 샷을 하지 못해 클럽을 잔디에 내리치는 것은 애교였다.
비가 내리기 전부터 평정심을 잃은 선수가 유독 많았다.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대표적이다. 매킬로이는 2라운드 17번 홀(파4)에서 티샷을 한 뒤 공이 벙커에 빠지자 들고 있던 드라이버로 티잉구역을 표시하는 티마커를 내리쳐 부숴버렸다.
윈덤 클라크(미국) 역시 2라운드가 끝난 뒤 복수의 라커룸 문을 파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신없이 경기하다가 골프 경기의 기본인 마크조차 잊고 공을 집어 들어 벌타를 받은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도 있다.
보다 못한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SNS에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토머스는 많은 빗속에서 경기하는 US오픈을 두고 “경기를 이어가는 게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페어웨이에 마른자리를 찾을 수 없다. 웅덩이에서 공을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승을 경쟁하다 4라운드에만 9타를 잃고 무너진 베테랑 애덤 스콧(호주)은 “코스에 물기가 너무 많아 마치 땅에 있는 수상비행기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오해원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