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소설 ‘성원씨는 어디로 가세요?’ 펴낸 유성원 작가
작가 이름 차용한 자전적 소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 그려

“건강하고 환영받고 온건한 이야기만 세상에 가득해요. 그렇지 못한 사람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로 퀴어들의 미래 인생 경로를 바꿔놓고 싶어요.”
첫 소설 ‘성원씨는 어디로 가세요?’(난다)를 펴낸 유성원 작가는 최근 문화일보와 만남에서 집필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설은 작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며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자전적 성격을 가졌다.
김혜순 시인마저 선뜻 추천사를 쓰며 ‘일본의 사소설 작가들보다 잘 벗는다’고 평할 정도로 유 작가와 그의 작품은 문제적이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작가, 편집자 그리고 MSM 활동가”라고 답했다.
“전작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을 펴내자 이를 읽은 게이들이 저보고 게이가 아니라고 했어요.” 산문인 전작은 그가 찜질방과 DVD방 등 은밀한 공간을 드나들며 다수의 익명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모습을 집요하게 반복해 보여줬다. “변태적인 성관계를 맺는 이성애자한테는 변태(이성애자)라고 부르니 이성애자는 맞죠. 그런데 성관계에만 몰두하는 게이는 게이가 아니라니, 차별이라고 받아쳤어요.”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러 자신을 설명할 새로운 단어가 필요하다 느낄 즈음 만난 단어가 ‘MSM(Men Who have Sex with Men)’이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남성과 남성의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 그저 몸과 몸으로 존재하는 새로운 퀴어 MSM이 그의 소설 속에 있다.
산문을 통해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스스로를 MSM으로 규정한 뒤 집필한 소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계 맺고 살며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헤어질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물어오는 제목의 질문. ‘우리’는 갈 곳이 정해져 있는데 ‘너’는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다. 공허함을 견디며 ‘성원씨’는 어떤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무한히 묻는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되어 흐르는 게 좋다고 한다…위액으로 얼굴이 엉망이 되는 거, 머리카락이 침과 토사물로 끈적해지는 거.’(78쪽) 모든 사람의 삶이 요약되지 않는 것처럼 소설은 성적 묘사를 요약하지 않는다. 육체적 만족감의 조건을 실험하며 마음의 행복도 충족되는지 검토해 나간다. 끝내 ‘성원씨’는 ‘뽀뽀했다는 것이 나는 호모이고 게이입니다, 여서 누군가와 그 이상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게 아니고 내가 고양이나 베개에 입을 맞추고 부비듯 하나의 표현, 언어일 수 있다’(56쪽)는 사실을 발견해낸다.
결국 소설의 장소는 ‘나’다.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 사회적 요구 등이 충돌하고 부서지는 장소다. 그렇기에 나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과 무관하지 않다. 타인이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한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성원씨’는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말하지 않고, 볼 수 있을 때 보지 않으며 섹스할 수 있을 때 섹스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이전엔 본 적이 없던 행복한 퀴어가 있음을 드러낸다.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이에요. ‘이렇게 혐오스러운 사람조차 미워해선 안 되는 걸까?’라는 질문의 끝까지 가본 작품이죠. 음식이 생선, 야채로 나뉘는 게 아니고 야채에도 토마토, 오이가 있듯이 퀴어도 조금 더 뾰족하게 파고들어야 해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500년 후에도 뾰족하게 읽히는 작품을 지금 써서 퀴어의 현실을 더 높은 곳에 올려둘 거예요.”
장상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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