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대통령 시계 변천사

 

박정희 정부 때 첫 제작해 선물

노태우 시계는 외교용으로 활용

이재명 정부, 최초로 앱 만들어

스마트워치 배경화면 개발 추진

 

대부분 국내 중소 업체에서 제작

청와대 상징문양·친필사인 각인

YS-대도무문 · 文-사람이먼저다

뒷면에는 국정 철학 새겨넣기도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 시계. 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윤석열,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시계.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 시계. 사진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윤석열,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시계.

이재명 대통령이 ‘가성비 선물’로 기념 시계 제작을 지시하면서 ‘대통령 시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없기에 위상이 높고, 누구나 가질 수 없기에 선망의 대상이 되는 대통령 시계는 정부의 상징성과 메시지를 담은 대통령의 대표적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과거 범접할 수 없는 권위의 상징에서 이제는 친숙한 굿즈로 대중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온 대통령 시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역대 대통령 시계… 시초는 박정희, 최초 디지털 제작 이재명 시계

우리나라 대통령 시계의 시초는 박정희 시계다. 박정희 시계는 1978년 12월 27일 제9대 대통령 취임을 기해 새마을지도자 선물용으로 만들어졌다. 청와대를 상징하는 봉황 문양과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다. 흔들면 자동으로 동력이 생기는 오토매틱 무브먼트 방식을 채택했고, 날짜와 요일 표시 기능도 넣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전시돼 있다. 청와대 명의의 기념품 제작이 본격화된 건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다. 노태우 정부 때부턴 대통령 시계를 외교용 선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해당 정부의 국정 철학을 시계 뒷면에 각인하는 경우도 많다. 김영삼 시계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좌우명인 ‘대도무문(大道無門)’이 새겨져 있다. 최초로 남녀용이 구분된 노무현 시계(취임 버전)엔 ‘원칙과 신뢰 새로운 대한민국 노무현’이란 문구가 각인돼 있다. 문재인 시계엔 ‘사람이 먼저다’가 새겨져 있고, 윤석열 시계는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가 각인돼 있다.

대통령 시계는 보통 봉황 문양과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시계 앞면에 새겨져 있다. 박근혜 시계는 가죽끈 일색에서 탈피해 최초로 시계끈까지 메탈(금속)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재명 시계는 역대 최초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디지털 굿즈로도 만들어진다. 대통령실은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배경화면을 배포한 뒤 향후 실제 시계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파일을 공식 채널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굿즈 디자인엔 대통령 휘장과 이 대통령 서명, 자필 메시지 등이 활용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외교 현장 사진도 담길 예정이다. 해당 디지털 굿즈는 대통령 SNS 채널이나 개설될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전용 앱 개발도 추진된다. 기존 ‘선물용 대통령 기념 시계’도 제작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 시계 뒷면.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 시계 뒷면.

◇누가 만들고, 누가 받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기념 시계 제작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면, 국내 중소 시계 제작 업체들의 볼멘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 시계 제작은 국내 시계 제작 업체엔 5년마다 돌아오는 기회의 장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시계는 홍보 효과가 크다. 더구나 열혈 지지층이 있는 이 대통령의 특성상 기념 시계 제작은 여러모로 호재다.

대통령 시계는 대체로 국내 중소 시계 업체들이 제작을 맡아왔다. 노무현·이명박·윤석열 시계는 국내에서 3대째 시계 제조업을 해온 중소 업체 ‘로렌스’가 제작했다. 박근혜 시계는 중소 브랜드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이 만들었다. 문재인 시계는 1999년 설립된 시계 제조 업체 ‘거노코퍼레이션’이 제작을 맡았다. 이재명 시계도 국내 중소 업체가 맡아 제작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시계는 보통 ‘선물용’으로 만들어진다. 외국 귀빈이나 해외 방문 시 상대 국가에 답례품으로 지급된다. 대통령실 초청자, 공로자, 훈장 수훈자, 정책 제안자 등에도 수여된다. 출입기자나 소속 정당 의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역대 정부별로 배포되는 시계 숫자도 달랐다. 김대중 시계는 대통령뿐 아니라 최측근까지 폭넓게 활용됐고, 이명박 시계는 당시 청와대 집무실에 재고를 쌓아뒀을 정도로 주변에 뿌렸다.

반면 박근혜 시계는 당시 여당 의원들에게도 딱 1쌍씩만 제공되는 등 소량 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지지자들로부터 ‘이니(문재인 애칭) 시계’라 불리며 인기를 모았던 문재인 시계 역시 이정도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깐깐하게 물량 관리를 한 탓에 재고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한다.

◇중고거래 성행… 인기와 희소성이 가격 척도

중고거래 가격은 대통령 시계의 주요 가치 척도이다. 엄연히 ‘비매품’인 대통령 시계를 별도로 구할 방법은 중고거래밖에 없다. ‘대통령 시계’의 가치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비단 정치·사회적 평가뿐 아니라 대통령 개인의 인기나 희소성이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중고거래 특성상 지지층 결집 등에 따라 시세가 요동치기도 한다.

원가 4만∼5만 원으로 알려진 윤석열 시계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초 20만 원대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이후 5만 원 이하로 급락했다. 그러다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다시 20만 원대로 복귀했다. 이명박 시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의혹 등을 받던 임기 말 중고거래 시장에서 1만 원에 매물로 나왔던 굴욕을 겪었다. 박근혜 시계는 ‘선거용 선물’로 활용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탄핵 국면에서 급격히 인기가 식었다.

역대 대통령 시계 중 중고거래 가격이 가장 높은 시계는 박정희 시계로 통상 30만 원대 이상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5월 중고나라엔 55만 원으로 책정된 박정희 시계가 매물로 올라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높고, 희소성도 크기 때문이다. ‘팬덤’이 있는 노무현 시계와 문재인 시계는 10만∼20만 원대에 거래된다.

이정우 기자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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