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인천 세화종합복지관 ‘多가치 놀이터’ 사업

 

청학초‘이주 아동’ 15명 대상

‘짝꿍 서포터즈’가 1대 1 지원

7개월간 언어 놀이·문화 교육

 

전통음식 만들고 문화재 퀴즈

‘우리동네 꿀팁북’ 제작 참여도

한국말 늘며 대화 적극적으로

복지관 “사회 통합에 큰 역할”

인천 연수구 연수3동에 있는 세화종합사회복지관이 지난해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다(多)가치 놀이터’ 사업을 진행한 가운데 서포터즈와 참여 아동이 요리놀이 시간에 만든 ‘태극기 비빔밥’을 보여주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인천 연수구 연수3동에 있는 세화종합사회복지관이 지난해 이주배경아동을 위한 ‘다(多)가치 놀이터’ 사업을 진행한 가운데 서포터즈와 참여 아동이 요리놀이 시간에 만든 ‘태극기 비빔밥’을 보여주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한국말이 서툴러 활동 시간에 늘 엎드려 있던 A 군이 어느 날 복지관에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외쳤던 순간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3년 전 부모님을 따라 러시아에서 인천 연수구로 오게 된 A 군.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탓에 초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했다. 한글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거나 때로 거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초록우산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주배경아동 대상 ‘다(多)가치 놀이터’ 사업을 진행한 세화종합사회복지관은 A 군 사례에 주목했다. 복지관은 러시아어가 가능한 서포터즈를 선발해 A 군을 밀착 지원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에게 다가갔다. 복지관 관계자는 “A 군이 학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알려주고, 한글 보드게임 등을 하면서 또래와의 관계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A 군은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한국어 대화를 시도하고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으로 변해갔다.

세화종합사회복지관의 다(多)가치 놀이터 사업은 A 군을 포함해 인천 연수구 청학초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아동 1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복지관에 따르면 연수구는 아랍중동권 이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데 특히 원룸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주배경아동 규모나 교육, 복지서비스 접근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복지관은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을 위해 단순히 한국어 수업뿐 아니라 놀이를 통한 한국문화 교육, 심리·정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을 지원할 수 있도록 15명의 ‘짝꿍’ 서포터즈를 모집해 지난해 4월부터 7개월간 지원 사업을 이어갔다.

지난해 세화종합사회복지관의 ‘다(多)가치 놀이터’ 사업을 통해 한국 전통놀이에 대해 배운 이주배경아동들이 직접 만든 딱지로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지난해 세화종합사회복지관의 ‘다(多)가치 놀이터’ 사업을 통해 한국 전통놀이에 대해 배운 이주배경아동들이 직접 만든 딱지로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사업은 △언어놀이 △세대놀이 △요리놀이 △지역 책자 제작이라는 소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주배경아동들이 한국어 능력 미숙과 한국문화·규범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각종 활동을 우선적으로 실시했다. ‘책 먹는 여우’ 등 동화 영상을 보고 대본에 나온 단어로 빙고게임을 하도록 하는가 하면,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해 배우면서 퀴즈를 풀고 단어 연상 활동을 하는 식으로 언어놀이를 전개했다. 복지관이 아동들을 대상으로 사업 참여 전후 ‘언어능력 수준척도(LOF)’ 검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1.3점이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대놀이를 통해서는 아이들이 한국 역사 및 위인에 대해 알아보고 전통놀이를 직접 몸으로 체험해 보도록 했다. 요리놀이 시간에는 한국을 상징하는 다양한 요리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태극기 모양으로 꾸민 비빔밥이나 대표 분식인 떡볶이, 추석 등에 먹는 오란다, 인절미 케이크 등을 만들도록 해 즐겁게 요리 활동을 하면서도 한국의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주배경아동들이 거주 지역에 대해 깊이 알고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이뤄졌다. 복지관은 지역 생활정보와 학교 관련 정보들로 구성된 ‘우리 동네 꿀팁북’을 제작하면서 이주배경아동들도 참여하도록 했다. 아동들은 꿀팁북에 담길 각종 정보에 대해 의견을 내기도 했다. 복지관은 완성된 책자를 영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의 번역본으로도 발행해 인근 학교와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복지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多)가치 놀이터 사업을 진행한다면서, 특히 이주배경아동이 지역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및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 지역 축제 및 행사 참여 폭도 늘리기로 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이주배경아동의 지역 활동 참여는 지속 가능한 사회 통합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건강하게 성장한 이주배경아동들이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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