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고추는 생기를 불어넣는 마법의 양념이다. 배추와 무, 젓갈류 등과 어울려 명품 김치를 만든다. 고추는 영양의 보고(寶庫)다. 고추에 함유된 비타민C는 감귤의 2배, 사과의 30배라고 한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였던 마오쩌둥(毛澤東)은 “고추를 먹지 못하면 혁명도 못 한다”고 했다.
한국인들의 고추 사랑은 유별나다. 한국인은 통점(痛點)이 느껴질 정도의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을 만큼 고추를 좋아한다. 고추의 매운 소스(캡사이신·capsaicin)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개운하다’ ‘시원하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고추를 먹었을까?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시기는 임진왜란(1592∼1598) 때 일본을 통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왜군이 독한 고추로 조선인을 독살하려고 가져왔다는 속설도 있다. 조선 선조 때의 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됐다고 해서 이를 왜개자(倭芥子)라고 했고, 영조 때 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고추를 왜초(倭椒)라고 했다. 일본 전래설의 근거는 이성우 교수가 1984년 발표한 논문에서 ‘임란 전후 일본 전래설’을 주장하면서 정설로 자리 잡았다.
고추는 일본에서 들여왔을까? 글쎄다.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주장이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권대영 박사와 연구진은 고문헌과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일본 전래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임진왜란 발발 100여 년 전에 간행된 ‘구급간이방’(1489)에 고추를 뜻하는 한자 ‘초(椒)’자와 고추의 옛 한글 표기인 ‘고쵸’가 명시돼 있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권 박사는 이보다 앞서 ‘향약집성방’(1433)과 ‘식료찬요’(1460)에 나오는 ‘초장(椒醬)’이라는 단어가 고추장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더 나아가 “일본의 문헌에는 오히려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일본으로 고추가 전래됐다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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