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천 前 국립외교원장

이재명 대통령이 16∼17일 이틀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국 국가원수로서 참석해 세계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바로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한국 정치의 복원력과 성숙한 민주주의의 역량을 보여주고, 지난 6개월간 중단된 정상회담을 가동하게 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란 사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의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함으로써 예정됐던 한·미 정상회담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선제공격함으로써 또다시 중동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포르도 산악지역 깊숙이 숨겨져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GBU-57’과 이를 운반해 투하할 수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 지원을 미국에 요청하고 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으로서 핵 개발용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은 NPT 위반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요구에 따라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게 되면 이란과의 전면전은 불가피하게 된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안보회의에서 미군이 이란 내 핵시설을 타격하거나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중동에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면서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촉구했다고 한다. 미국은 일단 강한 압박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란의 충돌은, 북한의 핵무기 및 중장거리미사일 보유와 북·러 군사동맹 등으로 남북 간의 비대칭 군사력 차이가 현저하고, 북핵 위협에 처한 우리도 주목해야 할 중대한 사태다.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간의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재개하고, 트럼프 행정부도 조만간 북한과의 교섭을 재개해 북핵 빅딜 또는 스몰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현재까지 견지해 온 북핵 불인정 및 비핵화 전략의 틀 안에서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과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공조로 대처해야 한다.

그런 만큼 이 대통령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연기된 한·미 정상회담을 조속 개최해야 한다. 양국 간에 통상 협상,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재배치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해 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으로 이제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의 안보가 분리될 수 없는 만큼 나토와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나토-I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형태로 지속돼 온 대화의 틀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토 회원국 대다수가 6·25전쟁 때 우리나라를 지원해 준 자유세계의 지도국들이므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이들 국가와의 경제 협력 및 방산품 수출 등에도 유익할 것이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총리를 지낸 파머스턴 경은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오직 국익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우리 정부의 실용외교는 국익 중심의 외교가 돼야 하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실리외교가 돼야 한다.

이순천 前 국립외교원장
이순천 前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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