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한의 Deep Read - 이재명 정부와 ‘외교안보’

 

한국 전략적 핵심 기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포괄안보 동맹’으로 더욱 중요

‘경제안보’ 시대 맞아 자주파-동맹파 수렴 중… 한미동맹 중심으로 국제연대 넓혀가야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일단 ‘동맹파’의 면모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주변국과의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축” 등을 강조하면서 ‘자주파’의 모습도 보여줬다.

◇ 전략적 핵심 기제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가 어떠한 형태로 전개될지에 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이념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외교를 기대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외교안보 서클 내 동맹파와 자주파의 대립에 따라 국익을 저해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과 북한 핵 위협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전략환경은 동맹과 자주 가운데 택일해서 대처할 만큼 간단하지 않다.

한국이 가진 전략적 핵심 기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이다. 6·25전쟁 직후 한국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은 북한과 이를 지원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후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개발을 생존 수단으로 선택했고, 중국은 사실상 이를 방관했다. 범세계적 냉전 종식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이 지금까지 지속된 것은 1990년대 초 본색을 드러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그리고 미국 주도의 서태평양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의 위협 때문이었다.

한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떠오르는 중국’과 1992년 수교하고 협력했다. 급기야 2004년에 한·중 교역량이 한·미 및 한·일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그러다 2018년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본격화한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한국은 수출 다변화에 나섰다. 한·중 교역량이 한·미와 한·일 합계를 한참 웃도는 중국의 기세는 2021년에 꺾였다.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비정상’이 ‘정상화’한 것이다.

이제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경제와 안보를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경제안보’ 시대가 도래했다. 첨단 군사기술에 쓰이는 반도체, 희귀광물, 나노,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한·중 협력이 현실화하면 이는 더 이상 경제협력이 아니라 안보협력이 된다.

◇ 안보협력 시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국에 전략적으로 유리한 분야의 협력을 할 경우 미국은 이를 동맹을 배반하는 행동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이미 군사 분야를 뛰어넘는 한미동맹이 만들어졌다. 한미동맹이 군사안보에 경제안보 및 기술안보까지 더해져 ‘포괄안보 동맹’이 된 것이다. 따라서 2000년대 초 동맹파와 자주파 갈등이 있을 당시의 동맹파와 2025년 현재 동맹파의 의미는 많이 다르다.

자주파도 지난 20년간 상당한 진화를 겪었다. 2000년대 초·중반 자주파의 핵심 담론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반대, 한미연합사 해체,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 강조, 자주국방·대북 포용정책 및 대화 지지 등이었다. 미국 중심적 안보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었다.

그러나 2025년의 자주파는 한반도를 넘어 역내 문제에 관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한다. 미국 중심의 동맹체제에 무조건 동조하기보다 다자주의 강화와 균형 외교를 주장한다. 그리고 국방력 강화를 단지 병력 증강이 아니라 첨단무기, 독자 위성, AI 기반 감시정찰 체계 확보로 이해한다. 경제안보도 경제주권 침해에 대한 반대로 접근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AI 같은 전략산업의 기술주권을 강조한다. 단,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주파의 시각은 아직도 정체돼 있다. 미국의 핵우산을 중시하기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지한다.

이렇게 놓고 볼 때 동맹파와 자주파는 과거 20년 전에 비해 상당히 ‘수렴’했다. 동맹파의 인식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려는 노력, 다자외교와 지역외교 특히 비서구권 개발도상국을 의미하는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외교를 지지한다. 첨단무기의 국산화를 적극 찬성하며, 전략산업의 기술주권 확보에도 공감한다.

◇ 동맹과 자주의 수렴

그럼에도 동맹파와 자주파의 견해가 여전히 갈리는 지점이 있다. 중국의 위협 억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자율성, 균형 외교,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입장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한 억제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현상 유지를 위협하는 중국에 대한 억제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내 동맹파는 이에 대해 긍정적이고 자주파는 부정적이다.

동맹파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대해 균형 외교를 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을 편드는 것으로 본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해서도 동맹파는 북한 비핵화 이전에 미·북 평화협정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게 되면 북핵을 인정하고 한미동맹의 존립 근거를 약화한다고 보는 반면, 자주파는 평화체제 구축이 북한을 안심시켜 오히려 북한 비핵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과제는 지난 20년간 동맹파와 자주파의 대립을 실용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자율성이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면 동맹파도 이를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대만해협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주한미군이 성급히 투입되면 북한의 대규모 대남 도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엔 주한미군의 전략적 자율성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만해협 문제를 역외 문제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결국, 실전에 근접한 시나리오에 따라 한·미·일이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미·중에 대한 한국의 등거리 외교나 균형 외교라는 말은 피하는 게 좋다. 미·중이 치열한 협상을 통해 서로 경쟁할 분야와 협력할 분야가 선명해지면, 한국이 중국과 어느 정도까지 협력할 수 있는지 예측이 가능하다. 그 전에 우리가 너무 조급히 서두르면 국익을 해치게 된다. 그리고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초기 조치를 하기도 전에 우리가 평화체제 로드맵을 제시하면 평화도 비핵화도 다 사라지게 된다.

◇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

결국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국제연대에 기초한 자강’을 지향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국제적 연대를 넓혀가면서 우리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국익에 바탕을 둔 실용 외교의 본질이다.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장,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 용어설명

‘포괄안보 동맹’이란 기존 군사안보 동맹에서 경제·기술·공급망·우주 분야를 아우르는 동맹으로 나아가는 것. 이 경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 등식은 성립되지 않음.

‘동맹파’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외교관 중심 그룹, ‘자주파’는 북한과의 대화·협력을 강조하는 그룹.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동맹파,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가 자주파로 분류됨.

■ 세줄 요약

전략적 핵심 기제: 대한민국의 전략환경은 동맹과 자주 가운데 택일해 대처할 만큼 간단하지 않아. 한국의 전략적 핵심 기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임. 특히 경제와 안보를 분리할 수 없는 ‘경제안보’ 시대 도래.

동맹과 자주: 2000년대 동맹-자주파 갈등 당시의 동맹파와 오늘날 동맹파의 의미는 많이 다름. 한미동맹이 군사안보에 경제·기술안보까지 더해져 ‘포괄안보 동맹’이 됐음. 두 그룹은 20년 전에 비해 상당히 ‘수렴’됨.

정책의 방향: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과제는 지난 20년간 동맹파와 자주파의 대립을 실용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 미·중 등거리·균형외교라는 말은 피하는 게 좋으며, ‘국제연대에 기초한 자강’을 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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