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시진핑, 취임때부터 중요성 역설

국가적 자립·생존 문제로 인식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기술이 곧 국력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월 자국 빅테크 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칭화(淸華)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시 주석은 취임하면서부터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강대국으로의 도약은 오직 자주적 기술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그의 철학은 ‘기술 민족주의(techno-nationalism)’로 이어졌다.

2012년 취임하면서 ‘중국몽(夢)’이라는 발전 비전을 제시한 시 주석은 일찍부터 국가의 발전 동력으로 과학·기술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혁신은 국력을 높이는 전략적 지지대”라고 밝힌 2013년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 당시 시 주석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 시 주석은 ‘혁신 주도 발전 전략’을 제창하며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의 운명과 밀접하게 연결시키기 시작했다. 2014년 중국과학원·중국공정원 정기총회에서 그는 “과학·기술은 국가의 무기다. 국가는 과학·기술에 의해 강해지고, 기업은 과학·기술에 의해 승리하며, 국민은 과학·기술에 의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간다”며 “중국이 강해지고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강력한 과학·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5년, 첨단 기술 확보 전략인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됐고 이 같은 과학·기술 강조 기조는 미·중 경쟁이 격화하고 ‘기술 자립’의 필요성이 커지며 더욱 뚜렷해졌다. 시 주석은 2018년 중국과학원·중국공정원 합동연례회의에서 “핵심 기술은 마음대로 받을 수도, 살 수도, 구걸할 수도 없다. 핵심 기술을 자신의 손에 넣어야만 국가 경제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역설했는데, 이는 ZTE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첨단 기술의 국산화를 서두르라는 촉구였다.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ZTE는 당시 미국 상무부가 북한·이란과의 거래를 이유로 자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미국 퀄컴 칩 등을 공급받지 못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는 등 존폐 위기에 몰렸다.

이후 중국은 기술 패권을 곧 국가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시 주석이 과학·기술을 언급하는 대부분의 경우 ‘과학자 정신’과 ‘애국주의’를 함께 언급한다는 점이다. 이는 과학·기술 발전이 단순한 실용적 과제가 아닌 체제 정당성, 국가 이념과 직결된 과업임을 시사한다.

박세희 특파원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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