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
시진핑 주재 한달 1회꼴 개최
당서열 25위까지 전원 참석
‘중국제조 2025’ 전략 등 탄생
논의 주제 정책 구체화·실행
충성도점검·사상통제 기능도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베이징(北京)의 중심인 톈안먼(天安門) 서편에 위치해 있는 중국 권력의 심장부 중난하이(中南海). 중국공산당 고위 관리들의 집무실이자 거주지인 그 곳에 위치한 회의실 화이런탕(懷仁堂)에서는 약 한 달에 한 번꼴로 ‘스터디 모임’이 열린다. 중국 지도부의 집체학습(集體學習)이 그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이 스터디를 통해 중국 지도부는 기술 등 여러 지식을 함께 습득하고 연구한다. 이러한 집체학습은 정부의 정책을 결정해 ‘숨은 손’으로도 불린다. 또 지도부의 충성도를 점검함으로써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장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그룹 스터디’ 집체학습= 집체학습이란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정책 방향 설정, 최신 이슈 학습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여 국정 운영과 관련해 공부를 하는 집단학습 제도다.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그룹 스터디’라 할 수 있다. 약 45일 간격으로 실시되며 정식 명칭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이다. 정치국원 당서열 25위까지 전원이 참석하며 시 주석이 직접 주재한다.
집체학습에서는 정치, 경제, 기술, 군사, 농업,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진다. 대개 특정 주제의 전문가인 강사 두어 명이 나와 강연하고 질의 및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마무리 발언으로 끝난다고 한다.
집체학습 제도가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후진타오(胡錦濤) 시기인 2002년부터다. 2012년 11월 집권한 시 주석은 같은 달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정신 학습’을 주제로 처음으로 집체학습을 주재하기 시작한 뒤 현재까지 100차례 이상 이어오고 있다.
◇집체학습 주제가 곧 정책으로= 집체학습에서 논의되는 각 주제는 이후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실행된다.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도 집체학습에서 시작됐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집체학습이 시작된 지 11년째였던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중난하이를 벗어나 ‘야외 학습’을 진행했다.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첨단기업 밀집 지역인 중관춘(中關村)에서 학습을 진행한 것이다. 당시 주제는 ‘혁신 주도 개발 전략 구현’으로, 첨단 기술 개발에 대한 각별한 의지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5년, 첨단 제조업 강국 전략인 ‘중국제조 2025’ 전략이 발표됐고 10년이 된 올해, 해당 전략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도부는 2017년 12월 ‘국가 빅데이터 전략 추진’을 공부했고 2018년 10월엔 ‘인공지능(AI) 개발 현황 및 동향’을, 2019년 10월엔 ‘블록체인 기술 개발 현황 및 동향’을, 2020년 10월엔 ‘양자기술의 연구 및 응용 전망’을 학습했으며 이와 함께 과학기술 중심 국가 전략을 공식화했다.
지도부는 2014년 4월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 유지’, 2015년 5월 ‘공공 안보 시스템 개선’을 공부했는데 이는 ‘국가안전법’ ‘반간첩법’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으로 이어졌다. 2018년 2월 ‘포괄적 법치주의의 추진’, 2019년 9월 ‘신중국 국가체제와 법체계의 형성과 발전’ 학습은 2021년 발표된 ‘2035 중국 특색 사회주의 법치체계’ 조성 계획으로 이어졌다.
◇국가 발전 방향 결정 위한 공부뿐 아니라 ‘충성 인증’ 통한 ‘권력 공고화’이기도= 집체학습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권력 공고화다. 위, 즉 최고 지도자인 시 주석이 내려보내는 사상을 아래 지도부가 받아들이고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실천함으로써 시 주석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토론 등을 통해 정치국 위원 개개인의 충성도와 태도도 점검할 수 있다. 학습의 주제와 강연자는 시 주석이 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방향의 메시지 전달 수단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천명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학습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시 주석의 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정착시켜 사상적 권위를 강화해 마오쩌둥(毛澤東)에 필적하는 이데올로기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2018년 2월에는 ‘헌법과 법치 국가 추진’에 관한 집체학습을 실시했는데 다음 달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 중 중국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박세희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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