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했던 국회 의원회관 818호의 새 주인은 박찬대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다. 지난 3일 대선 날부터 들락날락했다더니, 이튿날 이 대통령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입주를 신청해 배정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사무실이 같은 층에 몇 걸음 안 되는 815호였는데, 애써 이사를 했다. 오는 8월 2일로 예정된 민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을 겨냥해 ‘사무실 승계=당 대표 승계’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을 낳았다. 출마를 “고심 중”이라고 했지만, 이미 작정한 셈이다.

애초 이 방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사용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낙선하자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넘겨줬고, 국회에 입성하자 의원회관 방까지 내줬다.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수감 중이지만, 이 대통령이 숱한 사법 리스크를 딛고 최고 권력을 쥐었으니 의원회관에선 ‘명당’ 축에 드는 방이다. 거기에 더해 정치적 승계와 추앙의 의미가 보태지는 것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입주 신청) 선착순 1등이었고, 나에게 주는 상(賞)이란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곧 출마 선언을 할 참이다.

이 대통령을 향한 추앙 경쟁에선 경선 출사표를 던진 정청래 의원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출마선언문에서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고 했다.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 33번이었다.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해주세요”라고 예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부실 인사 논란에도 “대통령의 인사는 무조건 옳다. 깊은 뜻이 있겠지. 무조건 잘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역시 1년이나 남았는데, 추앙 경쟁이 뜨겁다. 원래는 내년 4월에 치러야 하지만 6월 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함께 실시된다. 지역 다지기에 나선 인물이 5∼6명이나 거론되는데, 이 대통령을 가장 잘 보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은 똑같다. 이 대통령의 막강한 당 장악력과 운영으로 ‘일극 체제’ ‘일인 정당’이란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이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정당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 진로를 정해야 할 시점이지만, 추앙의 정치는 대선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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