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미니스커트(miniskirt)는 한때 단속반이 출동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73년 경범죄처벌법에 ‘저속한 옷차림’에 대한 규정이 포함됐다. 무릎 위로 15㎝ 올라가면 경범죄로 처벌했다. 경찰들은 대나무 자(尺)를 들고 다니며 젊은 여성들의 드러난 허벅지 길이를 쟀다. 경찰의 단속이 심해질수록 저항 심리도 커져 미니스커트 길이는 점점 더 짧아졌다. 치마 끝을 내리려는 공권력과 올리려는 여심의 승강이는 1988년까지 이어졌다.
미니스커트는 여성의 전유물일까? 본래 미니스커트는 남성의 의상이었다. 미니스커트 스타일은 현대의 새로운 산물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 이집트의 하류 계층과 전사들은 주로 로인클로스(Loincloth·허리에 두르는 천)와 같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당시 남성의 하의는 대개 짧았고 여성은 길었다. 군인, 검투사의 다리 노출은 용맹함의 상징으로 비쳤다. 그들은 갑옷의 허벅지 부분을 가리는 짧은 치마를 입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군복을 입고 전투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중세 이후까지 치마는 여성다움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러다가 치마가 점차 여성 복식의 전유물로 고정되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 속에 고이 숨겨져 있던 다리를 드러내는 옷이 등장했다. 이전에는 여성들의 다리는 성적 이미지와 연관된 것으로 간주했다. 서양에서도 여성은 발목만 보여도 정숙하지 못한 여인으로 취급되던 시절이었다.
1920년대 프랑스의 코코 샤넬(1883~1971)이 무릎길이의 스커트를 내놓았다.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이후 1960년대 초 영국의 메리 퀀트(1930~2023)가 오늘날의 미니스커트를 처음 고안했다. 당시만 해도 도덕성을 잘라낸 옷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섹시한 미니스커트는 여심을 흔들며 전 세계로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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