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가 만난 사람 - 강병길 KAI 미래체계연구실장

 

Q 현대戰 핵심 ‘전투형 드론’… 한국의 기술 수준은?

 

자체개발해도 적용 플랫폼 부족

엔진은 주로 독일 쪽에서 수입

 

韓, 정부주도 개발 ‘갈라파고스’

지금이라도 민간중심 개발해야

 

韓군사분쟁땐 드론에 뒤덮일 것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 시급

 

전투용 드론은‘단순 무기’아닌

국방운영 패러다임 전환 출발점

강병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체계연구실장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KAI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인기 모형을 가리키면서 “국가 안보 필수장비인 무인기 개발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의 큰 항공기는 KF-21 모형, 하단 좌우는 KAI가 개발 중인 다목적 무인기 AAP 150, 가운데는 무인전투기(UCAV) 모형이다.  윤성호 기자
강병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체계연구실장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KAI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인기 모형을 가리키면서 “국가 안보 필수장비인 무인기 개발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의 큰 항공기는 KF-21 모형, 하단 좌우는 KAI가 개발 중인 다목적 무인기 AAP 150, 가운데는 무인전투기(UCAV) 모형이다. 윤성호 기자

인터뷰 = 이제교 부국장 jklee@munhwa.com

‘절체절명의 순간, 수천, 수만 대 자폭 드론이 서울을 뒤덮는다면….’드론이 현대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폭탄을 실은 드론으로 이란 군 수뇌부를 제거했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를 파괴했다. 한반도 전투 종심은 제주도 남단에서 함경북도 북단까지 1100㎞…. 서울과 평양은 더 짧은 195㎞다. 현대전의 총아인 드론을 놓고 벌어지는 각국의 경쟁 속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어디에 와 있을까? 항공우주분야 ‘K-방산 산실’인 국항공우주산업(KAI)의 강병길 미래체계연구실장을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드론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데요.

“인공지능(AI)과 결합된 전투용 드론은 미래전에 가장 부합하는 무기체계입니다. 그룹 1(이륙중량 9.1㎏ 이하)과 그룹 2(24.9㎏ 이하)의 소형 무인항공체계(SUAS)가 5G·6G의 상용통신 기술 및 AI 기술과 결합한 특수작전이 늘어나고 있지요. 이는 ‘기술 우위’가 곧 ‘전략 우위’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이 테헤란 공격에 사용한 드론은 어떤 종류입니까.

“공개를 안 해 아직은 정확히 모릅니다. 이란이 텔아비브를 공격한 드론은 그룹 3급(25∼598.7㎏) 샤헤드(Shahed) 드론입니다. 샤헤드 드론은 비행 거리가 1000㎞ 이상으로 고속이 아닌 저속으로 천천히 날아갑니다. 요즘 미국 항모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은 매일 이란의 드론을 격추하고 있습니다. 드론 전쟁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지요.”

―한국 드론기술 수준이 궁금합니다.

“우리는 전투용 드론 기술 개발과 실전 배치 모두 빠르게 성장 중인 국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개발방식입니다. 1990년대에 KAI는 군단급 무인기인 송골매를 개발해 군에 납품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 기술력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비교해도 격차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무인항공체계 개발 주체를 정부 주도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후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은 무인기 기술 발전 면에서 완벽히 동떨어진 채 갈라파고스화됐습니다. 지금이라도 업체주도의 신속 제품화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무인기 강자는 어느 나라입니까.

“단연 미국입니다. MQ-9 리퍼, RQ-4 글로벌호크, 스위치블레이드 300/600, MQ-25 스팅그레이, RQ-170 센티넬 등 다양한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피탐·고지능 기술이 뛰어나고 AI와 네트워크 기반 전투 개념도 선도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소형자폭 드론과 고정밀 타격 기술에서 매우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요. 중국 역시 대량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윙룽(Wing Loong)이나 CH 시리즈가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갈 길이 좀 멀군요.

“드론 기술 선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몇 년간 정부와 방산업체를 중심으로 적극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드론 전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대규모 작전 운용보다는 기술 시범과 전술 실험 위주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래형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축, 전자전 대응 강화가 시급한 과제입니다.”

―우리 군이 보유한 전투형 드론은 몇 대나 될까요.

“하하. 군사기밀사항입니다. 2022년 말 북한 무인기 침투 당시 윤석열 정부가 깜짝 놀라 군사용 드론 보유 및 전술운용 확대를 지시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최대 1000대의 정찰 및 자폭용 드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KAI가 개발 중인 무인기, 전투용 드론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KAI는 다목적 무인기 ‘AAP’를 개발 중입니다. 무게가 150㎏입니다. AAP 150이라고 보통 부릅니다. 길이가 3m, 폭이 2.2m 정도 됩니다. 터보제트 엔진을 달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제트 엔진이에요. 최대 속도가 마하 0.65 정도 나오는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AAP를 기반으로 다양한 종류의 소모성 무인기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항공기는 엔진이 생명인데 AAP엔진은 국내서 제작하나요.

“소형 터보제트 엔진은 지금 국산화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로 독일 쪽에서 수입하고, 미국과 중국에서 들여올 수도 있습니다. 국산화가 안 된 이유는 양산 시장이 없어서입니다. 즉 엔진을 개발해도 적용할 플랫폼이 없는 거죠. AAP 150 국산화율은 비용으로 따지면 70∼80%는 될 듯합니다.”

―결국 군에서 대량발주가 필요하겠네요.

“그렇죠. AAP 150 드론 5000대를 전력화한다고 하면 5000개의 엔진이 필요하게 되죠. 시장성이 생기면 빠른 시일 안에 국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미사일 한 대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저렴한 전투용 드론이 확보되도록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이스라엘과 이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보듯 세계 곳곳에서 그런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AAP의 폭탄 탑재증량과 비행 거리는.

“페이로드(pay load)는 지금 20㎏입니다. 원 웨이 기준으로 500㎞ 이상 날아갑니다. 다른 장비를 달거나 탄두를 달아도 그 정도 갈 수 있도록 설계를 했고요. 올해 7월 말∼8월 초에 시범비행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 3대를 조립했고 추가로 몇 대를 더 만들 겁니다.”

 ―무인전투기(UCAV)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유인전투기인 KF-21 한 대가 출격하면 UCAV 네 대가 함께 임무를 수행합니다. UCAV는 이착륙은 물론 공대공 또는 공대지 미사일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개념 연구 단계로 곧 체계개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사업화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중반에는 전력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군과의 드론 항모 협력은.

“당연히 해군에서 드론 항모 건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론 항모의 목적에 따라 탑재하는 드론도 달라집니다. 정찰용은 물론이고 타격용이라고 한다면 적정한 무장을 할 수 있는 무인기가 탑재되어야 하고 장기 체공도 가능해야 합니다. 드론 항모는 한반도 전역에서 중국 베이징(北京)까지도 작전 반경 거리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맞는 무인기 개발이 KAI의 역할입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능력 확보에 있습니다. 내가 공격 능력을 갖고 있어야 적들이 넘보지 못하는 거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드론 항모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드론 전력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한반도 군사분쟁 발발 시 적국 드론이 하늘을 뒤덮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가 파병 대가로 북한에 샤헤드 드론 제작 기술을 제공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대당 제작단가가 2000만 원 정도로 봅니다. 북한은 반드시 드론 공격을 가할 겁니다.”

―국방혁신 4.0과 드론 관련 KAI의 과제를 정리하면.

“향후 10년 내 한국의 전투용 드론 전력은 무인-유인 통합 전투체계 구축, 자율화스마트화, 분산 전력 운용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핵심 센서, 통신 장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등의 기술 자립 △드론 실전 운용에 대한 교리 개발, 부대 편제, 훈련 체계 등 작전 통합 능력 △해킹, 통제 상실, 오폭 가능성 등 사이버 보안과 윤리적 통제가 중요합니다. 전투용 드론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닌 국방 운영 방식 전반을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입니다.”

스커드 미사일 1대 값이면 샤헤드 드론 116대 만들어

■ 드론-미사일 가격차이는…

전투형 드론이 ‘저렴, 신속, 대량생산’이 가능한 현대전의 핵심요소로 떠오르면서 생산단가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군(USF)은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가 보낸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 76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샤헤드-136의 대당 가격은 1만∼5만 달러(약 1390만∼6952만 원)로 알려져 있다. 동체를 스티로폼으로 만들 경우 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면 북한이 1990년대 후반부터 이란 등에 수출한 스커드 B 미사일의 경우 대당 가격이 200만∼50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샤헤드-136과 스커드 B 미사일의 평균가격을 각각 3만 달러와 350만 달러라고 본다면 미사일 한 대를 제작할 때 드론 116대를 제작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탄도미사일과 전투형 드론의 용도와 목적 성능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드론은 인공지능(AI)과 결합한 군집비행, 기만기술 등 기술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국가안보의 핵심무기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 연구과제, 10여대 납품하고 끝… ‘후속물량 → R&D 재투자’ 선순환 못해”

■ ‘드론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강병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체계연구실장에게 ‘한국의 전투용 드론산업 일류화’를 위해서 제도적 어려움이 무엇인지 물었다.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강 실장은 “중대형급 무인기는 KAI와 대한항공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데, 소형급 무인기는 중소업체에서도 개발을 한다”며 “모든 업체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정부기관의 무인기 연구·개발(R&D)이 주로 과제 형태로 나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강 실장은 “과제가 일회성이어서 개발이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결국 무인기 열 몇 대 정도 납품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후속 물량으로 이익이 발생하고 다시 R&D에 재투자해서 성능이 향상된 제품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잘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각종 규제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감항 규정(항공기 안전성규정). 강 실장은 “전투형 드론은 소모성 무인기인데, 감항 규정을 보면 ‘일회성 목적으로 설계된 무인기는 무인기가 아니다’라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모성 무인기라도 훈련을 하고 회수할 필요가 있는데, 회수해 다시 쓰려면 감항 규정의 각종 안전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조건을 맞추려면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터뷰 말미에 강 실장은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핵심 무장기술을 개발하고 민간업체들은 플랫폼 같은 다양한 체계를 개발하는 형태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 저렴한 비용으로 훨씬 빠른 시간에 성능이 뛰어난 무인기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강 실장은…

1996년 한국항공대 항공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KAI에 1999년 입사해 T-50 고등훈련기 조종실 설계를 담당한 이후 책임, 수석연구원 등을 거친 정통 ‘카이맨’. ‘다목적 소형무인기를 활용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발전방향’ 등의 논문을 발표하고 카티아 데이터 시야분석 시스템 특허도 갖고 있다. 한국 차세대 전투기 KF-21의 동체 설계에도 참여했다.

이제교 기자
이제교

이제교 기자

편집국장석 / 기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