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의 세계
니콜라 트윌리 지음│김희봉 옮김│세종연구원

한국의 전통음료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은 거짓이다. 웃자고 하는 말에 정색하고 반박하는 이유는, 전 인류가 차가움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 불과 150년 전쯤이기 때문이다.
미 주간지 ‘뉴요커’ 기고자이자 팟캐스트 ‘가스트로팟’(Gastropod)의 진행자인 니콜라 트윌리는 신간 ‘냉장의 세계’를 통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속 사람들이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차갑게 보관하려 분투했던,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치열한 노력과 수많은 실패의 기록을 전한다. 인위적으로 제조된 차가움은 인류가 먹는 것, 그것이 내는 맛, 그것을 기르는 장소, 그것이 사람의 건강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기계 냉장 장치는 1920년대에 들어 선진국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평균적인 미국인의 식탁에 올라가는 모든 식품 중 4분의 3이 냉장된 채로 가공, 포장, 운송, 저장, 판매된다. 트윌리는 “미국 안의 냉장 공간은 약 1억6000만㎥에 이르러,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제3의 극지방’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술로 90억 명에 이르는 전 세계 인구의 식량을 냉장 보관한다면 다음 세대의 지구 환경은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책은 경고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냉장의 미래는 올 것인가. 484쪽, 2만4000원.
이민경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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