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상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북한이 건설공병과 군사건설 인력 6000여 명을 러시아에 추가 파병한다고 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17일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의 쿠르스크주에 매설된 지뢰 제거와 파괴된 지역 인프라 재건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1만2000여 명의 전투병력을 파병하고 올해 초 3000여 명을 추가로 파병한 데 이은 것이다. 북한의 공병 추가 파병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일 “우리는 (북한의 러시아에 공병 파견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우려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매체들은 이를 언급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북·러 양측은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파병을 밝히지 않다가 지난 4월에야 공식으로 인정했다. 다음 날 열린 유엔안보리에서 불법적 파병으로 비판받자 북한은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헌장과 포괄적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을 근거로 파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북·러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러 조약 체결은 ‘친선 관계의 새로운 장’이었다며 양국 지도자의 ‘선견지명과 탁월한 영도가 안아온 빛나는 결실’이라고 논평했다.
북한은 베트남전쟁 때 공산주의 국가였던 북베트남에 전투기 조종사 파병을 시작으로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에 전투기 조종사를 파병해 이스라엘 공군과 공중전을 치른 전력이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란에 전투기 조종사를 파병했고, 2016년 시리아 내전 때는 처음으로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이는 모두 이념적 동맹으로서 지원적 성격의 소규모 파병이었으나, 이번 러시아 파병은 군사동맹 조약에 따른 전투적 성격의 대규모 파병이다. 따라서 북한이 군사적·경제적·외교적 실익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함을 알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으로 현대전 경험과 외화벌이 외에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은 첨단기술로 2021년에 발표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인 5대 과업 즉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 및 수중 핵 전략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개발의 올해 완성을 통해 국방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정찰위성과 방공 시스템 ‘판치르’ 기술은 이미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고, 영변에서의 새로운 핵 시설 구축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했다. 이번 파병으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며, 이는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변수로 작용해 한반도 안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 해당하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외교를 강조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악화된 주변국과의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했다. 또,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복원을 최우선 대북정책으로 하면서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이라고 보고, 취임 직후 접경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대북전단 살포에 엄정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재명 정부는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진해 출범 초기에 우려 없는 안정된 안보를 우선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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