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희 前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 광주과학기술원 물리광과학과 초빙석학
최근 발표된 ‘네이처 인덱스 2025’에 공개된 세계 연구기관의 연구 역량 평가에 따르면 국내 기관은 50위 안에 한 곳도 들지 못했고, 영국 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국내 대학은 3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이러한 지표들이 모든 연구 역량이나 대학의 수준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우리의 현재 위상을 반영하고 있어 무시할 수는 없다. 그 반면 중국의 연구소와 대학은 눈부신 능력을 보여준다.
1990년대 중국 상하이의 레이저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고출력 레이저 그룹에서 레이저 소재부터 시작해 전체 레이저 시스템을 자력으로 개발하고 있음을 봤다. 세계 최초의 레이저 발진은 미국 휴즈연구소의 시어도어 해럴드 메이먼 박사가 루비레이저를 이용해 1960년에 성공했다. 상하이의 레이저연구소에서도 1년 뒤 이를 성공시켰다고 자랑스럽게 말해, 방문 당시 중국의 연구시설이 현대적이지는 않았지만 전통이 있고 저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 후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연구소들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음을 잘 볼 수 있었고, 레이저 시설들이 현대화되고 연구원들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력을 쌓고 돌아온 인력이 늘면서 세계적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네이처 인덱스 1위를 차지한 기관이 중국과학원이다. 중국과학원은 100여 개 연구소에 7만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중국과학원대학·중국과학기술대학·상하이과기대학을 통해 고급 연구 인력을 양성한다. 중국과학원은 미래 과학을 선도할 양자정보·뇌과학·심해·바이오·우주 등의 분야에도 대규모 투자를 한다. 양자정보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 장거리 양자정보 통신을 성공시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천체망원경이나 입자가속기 같은 거대과학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규모의 시설들을 건설해 매우 야심 찬 연구를 추진한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연구 투자를 지속한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초고출력 레이저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그룹에서나 두각을 나타내던 연구 분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20여 년 동안 꾸준히 연구해 이제는 세계 최고의 레이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에 시작한 광주과기원의 극초단광양자빔 시설구축사업을 통해 2011년에 1.5페타와트(PW·1페타와트는 1000조 와트) 출력의 레이저를 건설했다.
2012년 말부터 시작한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의 초강력레이저과학 연구단은 이를 이어받아 세계 최고 출력의 4페타와트 레이저를 자체 개발했고, 2021년에는 이를 집속해 레이저 세기의 최고 기록을 달성했으며 이 기록은 아직 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최고 성능의 레이저를 이용해 비선형 컴프턴산란 실험을 성공시켜 우주에서 일어나는 강력장 양자전기역학현상을 실험실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길을 개척했다. 참고로, 중국과학원에서는 한국의 레이저보다 출력이 10배 이상인 레이저를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와 함께 건설하는 중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연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초고출력 레이저 분야와 같이 연구 분야를 잘 선택해 지속적인 연구 투자를 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K-사이언스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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