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1949년부터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온 검찰 조직이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대선 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축소하자는 주장을 해왔는데,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청 폐지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및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11일 동시에 발의했다.
여당이 된 민주당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그동안 검찰이 하던 업무를 새로이 설치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에서 나누어 담당하도록 하려는 것은, 그동안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형집행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한 각종 권한을 독점하면서 이를 남용한 데 따른 폐해가 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이 가진 검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검찰청 폐지 시도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검찰청 폐지는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검찰청이라는 국가기관이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헌법 제89조 제16호에서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함으로써 검찰총장이라는 국가기관과 검찰총장이 대표하는 검찰청을 헌법이 국가기관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검찰청을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법률로 폐지하려는 것은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면서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검찰에 대한 최종적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인사를 통해 새 인물로 검찰 지휘부를 구성하고 그들을 통해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고 새로운 길로 가도록 하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검찰이 70여 년의 경험을 통해 축적한 수사와 공소 유지에 관한 경험과 전문지식은 마땅히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교법적으로 검토해 보면, 영국에서는 경찰이 모든 범죄를 수사한다고 할 수 있으나 미국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일차적으로 범죄를 수사하지만 정치인이 연루된 부패범죄나 조직폭력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도 수사지휘 등을 통해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즉,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글로벌 기준’은 아니다.
70년 이상 운영된 국가의 기본제도를 변경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그 제도를 폐지하고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새 제도가 기존 제도보다 더 잘 작동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게 ‘제도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사법시험 제도가 수많은 젊은이를 고시 낭인으로 만든다는 이유로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2009년부터 미국식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와 변호사시험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 교수 중 누구도 새 제도가 의도한 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기존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그 제도의 문제점을 정확히 찾아내어 외과수술 하듯이 그 부분을 고치면 되는 것이지, 제도 전체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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