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경제부 차장

논란 끝에 결국 전 국민이 민생회복 지원금(소비쿠폰)을 받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3월 24일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 편성을 제안한 지 약 1년3개월 만이다. ‘표(票)퓰리즘’이란 비난과 당시 여당 반대에 무위로 끝나는가 했지만 6·3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며 현실화했다. 소득 수준 등에 따라 개인이 받는 액수는 15만∼52만 원으로 차이가 있지만 투입되는 전체 나랏돈은 민주당이 3월 내놨던 ‘슈퍼 추가경정예산안’의 민생회복 지원금 규모와 비슷한 13조2000억 원이다.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민생회복 지원금에 거는 골목상권의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치솟는 물가에 지갑 사정이 팍팍한 국민도 ‘나는 얼마나 받게 되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실제로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올 1∼4월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0.2% 감소하는 등 3년 연속 ‘마이너스’다. 민간 기관 등에 이어 한국은행마저 내수 회복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까지 반 토막 수준으로 낮췄다.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정부 노력은 가상하지만, 관건은 적자 국채 발행까지 감내하면서 쏟아붓는 민생회복 지원금이 예상만큼 내수 활성화의 마중물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정부는 민생회복 지원금을 포함해 총 30조5000억 원의 이번 2차 추경안 편성에 드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9조8000억 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나라살림 건전성 지표’로 불리는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폭이 110조4000억 원으로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4.2%까지 확대된다.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 원으로 1300조 원을 돌파하고 GDP 대비 비율도 49.0%로 50%를 목전에 두게 된다. 반면, 민생회복 지원금 효과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민생회복 지원금은 지역화폐 등의 형태로 지급되는데 2022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대전 지역화폐 효과연구’에서 지역화폐로 인한 순소비 증대 효과는 26∼29%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2020년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냈다. 민생회복 지원금과 같은 성격을 지닌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평가도 살펴볼 만하다. 코로나19 시절 지급된 지원금은 26∼36%만 소비로 이어졌다는 게 KDI 분석 결과다. 소비 진작 효과는 있었지만, 소비 대체 효과로 나머지는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데 쓰이면서 100% 소비 진작 효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벌써 소고기 소비나 학원가 등 특정 분야에만 지원금이 쏠릴 거란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세부 설계·집행으로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 효과를 최대치까지 높이고 이번 집행에 대한 효과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빚내서 주는 민생회복 지원금은 공짜가 아니다.

박수진 경제부 차장
박수진 경제부 차장
박수진 기자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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