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인공지능(AI) 강국’과 ‘100조 원 AI 국부펀드’를 1호 정책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SK와 미국 아마존의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취임 이후 첫 산업 현장 방문지로 AI를 선택한 것이다. AI펀드 조성도 탄력을 받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100조 원 규모의 펀드를 정부와 민간의 모자(母子) 펀드 구조로 만들기로 했다. 정부와 산업은행·국민연금 등이 모펀드에 출자하면, 대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이 자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배당 수익에 대한 세제 혜택도 검토하고 있다. AI 산업이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져 있고, 단일 기업이 투자하기엔 규모와 리스크가 너무 큰 만큼 정부 주도 펀드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은 관제 펀드들의 흑역사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은 초기에 반짝 인기를 끈 뒤 정권이 바뀌면 찬밥 신세였다. 연간 수익률도 뉴딜 펀드가 -1.32%, 녹색성장펀드는 0.18%로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 미쳤다. 통일펀드는 개성공단 폐쇄로 급락했다가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에 수직상승하는 등 종잡기 어렵다. 정부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14%로, 한국 국민연금의 5.4%를 압도한다. 매년 정부에 11조 원을 배당해주고, 싱가포르 국민의 세금 부담을 17.8% 덜어준다.
테마섹은 따라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외국인 직원 비율이 30%를 넘고 대다수가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이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최고의 연봉을 받으며 경쟁을 벌인다. 다른 국부펀드들이 채권·펀드 등에 안전한 간접 투자를 하는 반면 테마섹은 기업 인수·합병이나 주식 등 직접 투자가 대부분이다. 전문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공격적인 투자다. AI펀드의 성패도 결국 수익률에 달렸다. 전문가들이 얼마나 자율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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