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B-2 지하핵시설 포르도 타격 벙커버스터 GBU-57 길이 6.2m 13.6t

80~90m 지하 관통 위해 GBU-57 12발 순차적 타격해

포르도 핵농축공장은 고농축우라늄 생산 가능한 원심분리기 갖춰

지하 깊숙히 있어 상대적으로 핵 발전소 등 비해 방사능 확산 적어

지난 2023년 미국 미주리 위트먼 공군기지에서 수송 중인 벙커버스터 폭탄인 GBU-57. AP/ 연합뉴스
지난 2023년 미국 미주리 위트먼 공군기지에서 수송 중인 벙커버스터 폭탄인 GBU-57. AP/ 연합뉴스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직접 공격을 감행하면서 지하에 핵시설을 만들고 요새화한 포르도 시설을 타격하는 데 사용한 ‘벙커버스터’라는 폭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벙커 파괴용 무기’라는 이름 그대로, 지표면 아래 깊숙이 파고들어간 뒤 폭발하도록 설계된 초대형 관통 폭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를 통칭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은 여러 종류의 벙커버스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최신 버전은 ‘GBU(Guided Bomb Unit·유도폭탄)-57’이다.

GBU-57은 전작인 ‘BLU-109’와 비교해 10배 강력한 폭발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이란의 핵시설 공격에 GBU-57이 사용돼 전투용으로는 첫 번째 폭격 사례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BLU-109는 이스라엘이 지난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제거’ 작전의 공습에서 사용한 바 있다. 이 무기도 약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GBU-57은 위치정보시스템(혠) 기반으로 개발돼 더 정밀한 폭격이 가능하며, 지하 60m(약 200피트) 안팎까지 뚫고 들어가 벙커와 터널 등을 초토화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GBU-57을 연속으로 사용할 경우 폭발 때마다 더 깊이 파고들어갈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매체는 이날 미군이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에 B-2 6대를 동원, 12발의 벙커버스터를 떨어뜨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SNS에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말했다. 포르도의 핵심시설은 산악 지형의 지하 80~90m 아래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돼 GBU-57 12발로 사용해 공격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GBU-57은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투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폭탄의 길이가 20.5피트(약 6.2m)에 무게가 3만파운드(약 13.6t)에 달하며, 운용 프로그래밍이 B-2로만 가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B-2 폭격기는 연료 보충 없이 7000마일(약 1만1000km)을 비행할 수 있으며, 한 번 연료 보충을 받으면 1만1500마일(1만8500km)까지 늘어난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성공’을 발표하기 전 B-2 폭격기 여러 대가 미국 미주리주 공군기지를 떠나 괌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과 관련 “우라늄 농축능력 파괴에 집중되고 있다”며 “나탄즈 농축공장과 농축 연구소, 생산시설이 폭격을 받았고, 미국이 지하 80m 지하에 있다는 포르도 농축공장을 폭격했다”고 그 이유를 소개했다.

포르도 핵 농축시설에 보관된 원심분리기 IR4, IR6, IR2m.  로터 소재와 회전속도, 길이와 직경, 상하 온도차 등을 개선해, 분리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페이스북 캡처
포르도 핵 농축시설에 보관된 원심분리기 IR4, IR6, IR2m. 로터 소재와 회전속도, 길이와 직경, 상하 온도차 등을 개선해, 분리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페이스북 캡처

이 전문위원은 “이들 핵시설 농축공장에 설치된 원심분리기는 로터 소재와 회전속도, 길이와 직경, 상하 온도차 등을 개선해, 분리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이란도 파키스탄에서 받은 알루미늄 로터 P-1과 마레이징강 로터 P-2를 모방해 IR-1과 IR-2를 만들었다. (북한의 분리능력 평가도 P-2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이후 IR-2의 빌로우즈를 탄소섬유로 바꾼 IR-2m과 로터까지 탄소섬유로 만든 IR-4를 개발했고, 근래에는 직경을 늘린 IR-6를 개발해 분리능력을 IR-1의 1-2kgSWU, IR-2m과 IR-4의 4-6에서 10kgSWU 정도로 크게 개선했다”며 “이를 대량 생산, 설치하면서 원자탄 생산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위원은 “이런 공장을 정상화하려면 농축기술연구소와 원심분리기 생산공장, 파이로트 공장, 농축공장 등을 유기적으로 연동시켜야 한다”며 “농축공장을 파괴해도 여타 기관, 설비들이 남아있으면 조기에 다른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 이번에 이런 관련시설들을 폭격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레이징강 로터를 만들때 쓰이는 유동성형기(flow forming machine)와 탄소섬유 로터 생산에 쓰이는 와인딩 머신, C/C 성형 설비 등은 미사일을 만들때도 쓰이므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은 미국이 벙커버스터까지 동원해 지하 핵시설인 포르도를 폭격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나탄즈는 규모가 크지만 IR-1, IR-2등의 저성능 원심분리기 위주여서 분리능력이 낮았다. 따라서 소량의 60% 농축우라늄 외에는 대부분 저농축우라늄(LEU)를 생산하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르도가 문제다. 초기에는 여기도 저성능 원심분리기를 사용했지만 2024년에 174대의 IR-6로 구성된 캐스케이드 8세트를 설치했다고 한다. IR-6의 높은 분리능력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양이다. 올부라이트는 이것이 정상 가동하면 한달에 약 320파운드(145kg)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는 원자탄 5개 정도의 분량이다. 미·이란 협상에서도 이것이 논란이 됐다.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의 핵심 이슈가 주 공격목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위원은 포르도 폭격 관련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 확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농축공장은 원자력발전소와 크게 다르다. 원심분리기에서 순환하는 것은 육불화우라늄(UF6)인데, 섭씨 57도에서 승화해 기체가 되고 그 이하에서는 분말 상태의 고체가 된다”며 “공장 전체의 물동량으로 보면 저농축도가 대부분이고 고농축 분량은 소량이며, 이것도 임계 이하로 분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지하 80m 깊이에 있다면 벙커버스터 등으로 정밀 폭격해도 외부로 유출이 상당히 적을 것이고, 유출돼도 멀리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라늄은 플루토늄(Pu)에 비해 독성이 적고 확산되면 농도도 저하하므로, 오염지역도 넓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핵시설을 공격할 때에는 반드시 방사능오염 분석결과를 반영해야 하고, 위험이 높으면 승인되기 어렵다”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하 깊숙히 있기 때문에 비록 폭격이 어렵지만, 오염도 측면에서는 더 쉬운 목표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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