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래드 피트, 제작·주연 ‘F1 더 무비’ 25일 개봉
이젠 한물간 드라이버계 용병
복귀 제안으로 운명 건 레이스
대역 없이 스포츠카 직접 운전
‘미션임파서블’ 톰 크루즈 이어
나이 잊은 살신성인 액션 눈길

1960년대 태어나 청소년·성인이 되어 1980년대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나는 아메리칸으로 태어나 행운이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어느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나 개인이 참 덕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헤프게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닐 텐데도 이 특수한 시기 세계 최강대국에서 태어나, 도전하면 그 단 열매를 맛볼 수 있음을 체득한, 한 번도 주눅 들지 않은 세대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1963년생인 브래드 피트와 1962년생 톰 크루즈, 두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1980년대 데뷔해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미국적 근면성실함과 성공신화는 이들이 제작자가 되어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어 나와 관객의 마음에 침투한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브래드 피트 원톱 영화 ‘F1 더 무비’(감독 조셉 코신스키)에서 피트가 연기한 소니 헤이스는 체크무늬 셔츠의 단추를 배꼽이 보이기 직전까지 풀어헤치고 히피스러운 실버 목걸이를 주렁주렁 하고 있는 금발의 미국 남자다. 밴에서 먹고 자고 맨손 운동과 러닝만 할 뿐이지만 언제나 팀에 우승을 안겨주고 쿨하게 떠나는 드라이버계의 용병으로 불린다.
드라이버들이 꿈에 그리는 최고의 모터스포츠 챔피언십은 ‘포뮬러1’(F1)이다. 출전팀 중 최하위인 ‘APXGP’에서 헤이스에게 운전할 기회를 준다. 20대 신예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의 부족한 연륜과 전술을 보완할 노익장 팀메이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헤이스는 조슈아와 상반된 훈련 프로그램을 가진다. 조슈아가 첨단 기술이 보조하는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헤이스는 그저 손에 테니스공과 트럼프 카드를 쥐고 예민한 감각(스포츠카 핸들링을 위한)을 키울 뿐이다.

헤이스는 직업적 가치관에서도 영국 MZ(신세대) 조슈아와 대척점에 선다. 조슈아는 몸값을 올리기 위해 괴로운 사교 파티에도 가고 언론 인터뷰에도 최대한 얼굴을 비춘다. 반면 헤이스는 그 모든 마케팅과 언론 노출은 “노이즈”라고 깎아내리며 드라이버는 “운전만 하면 된다(Just Drive)”는 청교도적 직업관을 설파한다. 직업을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닌 소명으로 여기는 헤이스가 조슈아보다 팀원들이 더 믿고 따르는 인물로 부상하기에, 결국 미국적 직업윤리는 여가와 복지를 우선시하는 유럽의 그것보다 더 우월하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한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여겨졌던 헤이스는 마지막 바퀴에서 자신과 싸움을 벌인다.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차는 제 기량을 내지 못하지만 헤이스는 완전한 몰입 상태에서 질주를 이어간다. 영화 내내 긴박감과 짜릿함을 선사한 한스 짐머의 음악은 일순 음소거 되고, 관중과 팀원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하고 웅성거린다. “그는 날고 있어.”
영화에서 피트는 직접 스포츠카를 시속 300㎞ 이상으로 몰았다. 일에 대한 지극한 헌신과 몰입. 지난달 개봉한 미션임파서블 피날레 ‘파이널 레코닝’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액션에 도전한 크루즈에 이은 또 한 명의 아메리칸 히어로다.
피트와 크루즈는 영화 안에서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실재하는 한 사람의 배우로서도 일에 모든 것을 거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루즈는 공중 비행기에 매달리고 달리는 열차 위에서 목숨 걸고 스턴트 액션을 펼쳐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빵형’과 ‘톰형’처럼 영화계 최정상에 올라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영화는 방종하지 않다. 모든 영광을 고스란히 누리되, 훌륭한 결과물로 관객을 만족시킬 뿐이다.
이민경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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