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명절(名節)! 전통적으로 그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마다 즐기고 기념하는 날을 말한다. 100년 전에는 떠들썩한 명절이었지만 지금은 이름만 남아있는 명절이 하나 있다. 바로 단오(端午)인데, 이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순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도 하며 이외에도 천중절(天中節)·천중가절(天中佳節)·중오절(重午節)·오월절(五月節)·단양(端陽)·추천절(추韆節)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한때는 설날·추석·한식(寒食)·동지(冬至)와 더불어 한국의 5대 명절로 치던 단오의 100년 전 떠들썩했던 모습을 1925년 6월 25일 매일신보에서 보여준다.
“30만 경성 시민의 민족적 명절을 가장 의미 있게 가장 재미있게 지내게 하려고 매일신보사 주최로 경복궁(景福宮) 안 경무대에서 열리는 시민 운동대회는 어느덧 다다랐다. 한편으로는 피폐한 시민의 심신을 위안하며 한편으로는 문약(文弱·오로지 글에만 치중해서 성격이나 체질 따위가 나약하다)에 흐르기 쉬운 여명기(黎明期)에 있는 우리의 체육을 조장하기 위하여 오락을 겸한 단오 운동회는 뜻밖에 많은 찬동(贊同·찬성)을 받아 만단(萬端·온갖 수단) 준비를 유루(遺漏·빠지거나 새어 나감) 없이 착착 정돈되어 이제는 오직 시간이 이르기만 기다리고 가슴을 조이고 있을 뿐이다. 만일 오늘에 비가 내리면 부득이 28일 일요일로 연기하겠으며 그렇지 않으면 아침 9시부터 성대한 오락 운동 대회는 경무대에서 개최될 것인데 개회 때에는 10발의 폭죽을 놓아 운동 대회가 열린다는 통지를 대신할 것이다.”
이 시민 운동대회에는 특이한 종목의 운동도 있었다. 시내 일주의 ‘마라손’ 경주와 경성 4개 권번(券番·일제강점기에 있었던 기생의 조합) 기생의 화장(化粧) 경주 대회, 추천(추韆·그네), 각희(脚戱·씨름), 탐보(探寶·보물찾기) 등 지금은 보기 힘든 운동들이다.
경성뿐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단오놀이가 열렸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사에서 ‘평양(平壤) 단오 탐승단(探勝團)’을 모집했는데 1925년 6월 23일 기사에서 이 내용을 다루고 있다. “평양 단오 탐승단 출발 기일이 내일로 임박하였고 참가 신청은 내일 23일 오후 4시까지이므로 신청이 답지하는 중인데, 이미 거의 정수에 찼으므로…(중략)…평양의 준비도 이미 모두 정돈되었으므로 22일 밤에는 주최자 편으로부터 두 사람의 선발대가 평양을 향하여 떠나게 되었다.”
경성에서는 시민 위안 단오 운동대회가 경복궁 후원 광장 경무대(景武臺)에서도 열렸다. 특히 동대문 밖 상춘원(常春園)에서 부인들만을 위한 원유회(園遊會·가든파티)를 개최한다는 기사도 볼 수 있다. “당일 정오를 지나서는 여자들이 더욱 쇄도하여 그 수효가 무려 3∼4천 명에 달해 대성황을 이루었는데 오후부터는 가설무대에서 소년·소녀의 연극, 무도(舞蹈)들과 여학생 변장 찾기와 광대의 줄 타는 놀음들이 있을 예정인데 더욱이 상품은 경대(鏡臺), 모기장 등 약 3천 종이나 구비되어 당일 입장하였던 여자들은 누구나 상품 한 개씩은 다 가지게 되었다더라.”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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