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부, 경기부양 시급하다 - (1) 멈춰 선 굴착기
입주 임박 경기 평택 화양지구
조합이 부동산 PF대출 못받아
공사비 370억 미지급 공사중단
기반시설공사 멈춰선 지 5개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하면
수도권 외곽부터 주택거래 위축
중소건설사 줄도산 이어질 수도
후방산업·일자리 악영향 불보듯


지난 5일 찾은 경기 평택시 화양지구는 입주가 임박했음이 무색할 정도로 사방이 고요했다. 썰렁하기 그지없는 공사장 한편 불법주정차 무인단속카메라 시공이 이뤄지고 있었다. 도로, 상수도 등 굵직한 기반시설 공사가 멈춰선 지 5개월, 시공사인 DL건설이 공사를 재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발주처인 조합에서 부랴부랴 자체 시공에 나선 것이다. 건너편 DL건설 현장 사무실 출입문에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인허가를 받고도 미분양을 우려해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대출이 여의치 않아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수도권 외곽 및 지방을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4월 2641호였지만 1년 만에 4855호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악화하고 있다. 화양지구는 지난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은 데 이어 기반시설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서 입주 지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DL건설이 지난 1월 10일 화양지구 기반시설 공사 중단을 선언한 것은 화양지구도시개발조합에서 공사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DL건설에 따르면 공사미수금은 370억 원에 달한다.
조합은 2022년 말 부동산 PF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뒤로 줄곧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PF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45∼50%에서 15∼20%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자금난이 가중됐고, 이달 초에도 대주단 모집에 나섰지만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의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이자보상비율은 최근 2년 사이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하락했음에도 2023년 216.76%에서 2024년 183.08%로 33.68%포인트나 감소했다. 영업이익 악화로 갈수록 이자 부담을 상쇄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건설업 침체는 전체 한국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고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설경기가 나빠질수록 건설 후방산업과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0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건축현장 인근에서 만난 레미콘 기사 문모(60) 씨는 “아파트 공사장이 많아야 일당을 챙기는데 요즘은 하루 3번 하던 레미콘 운반을 1번 할까 말까 해 생활비를 벌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 중인 조모(52) 씨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새벽마다 인력대기소에 나가도 일거리가 없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서 자꾸 빚만 늘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당장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면 수도권 외곽 지역의 주택 거래부터 위축되면서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고조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관급공사 물량도 급감한 마당에 고사 직전인 지역 건설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정책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현 기자, 박영수 기자, 김대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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