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이란의 3대 핵시설인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에 대한 폭격이 성공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하 깊숙이 위치한 포르도 핵시설은 이란 핵 개발의 심장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이란은 핵무기 개발용 고농축우라늄을 비밀리에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이란 핵 완전제거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한 이란 핵시설 기습 공격의 안보·군사적 함의는 다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벙커버스터(GBU-57)의 중요성이다. 지하 깊은 곳에 있는 핵개발 시설이나 핵무기 저장고를 완파할 수 있는 초강력 벙커버스터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다. 국군은 지하 100m까지 관통할 수 있는 탄두중량 8t의 현무-5를 이미 실전 배치한 상태다. GBU-57에 버금가는 현무-5 능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전략무기로서의 억지력 가치가 높아진다. 탄두중량과 종말속도에 한계를 두지 말고 핵무기 수준의 파괴력을 갖출 때까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둘째, 적의 방공망 무력화 및 제공권 확보 중요성이 드러났다. 이스라엘이 수차례 공격으로 제공권을 장악하고 방공망을 무력화시켜 놓은 상황에서 미 공군 B-2는 목표물을 정확히 제거할 수 있었다. 물론 B-2는 적 방공망이 제압되지 않은 상공에도 진입해 은밀하게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최첨단 스텔스 폭격기이자, 14t 무게의 GBU-57 2개를 싣고 투하하도록 개발된 전략폭격기다.

셋째, 기존 방공무기 체계는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에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다층 방어망이 뚫려 피해를 본 것은 완벽한 ‘대공망’은 없다는 경각심을 준다. 우리의 현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로는 수도권 방어가 어렵다. 패트리엇(PAC-3)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작전 운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독자적인 저고도·중고도·고고도를 중첩 방어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에 나서야 한다. 다만, 완벽한 대공 방어가 불가능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방어체계 구축에 대한 반론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넷째, 휴민트(인적 정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기회가 됐다. 이스라엘 모사드는 이란 영토에 자폭형 드론공격부대를 운용, 은밀한 요인 암살과 방공망에 대한 ‘핀셋’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이란 내 조력자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향후 최악의 안보 상황은, 이번 공습 직후 이란 의회의 결의대로 이란이 예멘의 후티 반군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설 경우다. 미국은 다국적 연합함대 편성을 위해 동맹국들의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상황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이란 사태를 정리한 후 다음 타깃은 북한의 핵시설 제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핵 해결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북한으로서도 B-2 스텔스 폭격기에 의한 공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GBU-57이 북한·이란의 지하 핵시설 파괴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어서 김정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크다. 대화가 안 되면 다음 옵션은 무력 사용임을 미국이 입증한 만큼 북한도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우리도 여러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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