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 국방비 GDP 5%로 인상

 

우크라·가자전·美 이란침공에

‘세계 경찰’ 美 의존 시대는 끝

각국 군비 ‘도미노 인상’ 전망

 

獨 향후 10년간 5000억유로↑

英 매년 134억파운드 늘리기로

재무장하는 세계 

재무장하는 세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개최를 이틀 앞둔 22일 행사장인 네덜란드 헤이그 월드 포럼 컨벤션 센터 앞에 무장한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의 대폭적 국방비 인상 합의로 ‘글로벌 국방비 증액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경찰’ 미국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각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자강론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에 더해 미국의 이란 침공까지 벌어지면서 군사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각국의 군비 인상 경쟁이 도미노처럼 퍼져나갈 수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정상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22일(현지시간) 2035년까지 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목표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AFP,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관련 비용 1.5% 등 5% 국방비를 제안했고,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이를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32개 나토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10년간 국방비 대폭 증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은 직접 군사비만을 포함하는 현행 GDP 2% 목표치를 3∼3.5%로 증액하는 데는 큰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러시아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방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은 향후 10년간 최소 5000억 유로(약 797조 원)의 국방 투자를 위한 법 개정을 확정했다. 영국도 매년 134억 파운드(25조 원), 프랑스도 2030년까지 총 4000억 유로의 방위비를 늘리기로 했고,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도 대규모 군비 확장 계획을 일찍이 발표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의 방위력 강화를 위한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지난 5월 내놨다.

이날 나토 합의를 ‘트리거’로 전 세계적 군비경쟁의 막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는 미국의 대외 전략 변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자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게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정국을 향한 직접적 국방비 인상 압박은 각국에 군비 인상 명분을 줄 수도 있다.

북·중·러의 핵·미사일 고도화도 군비경쟁을 심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16일 발간한 2025년 연감에서 북한이 보유 핵탄두 수를 대거 늘릴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냉전 종식 이후 꾸준히 감소한 전 세계 핵탄두 보유량이 최근 국제질서 변화와 군비 경쟁 심화로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한스 크리스텐슨 SIPRI 부선임연구원은 “냉전 종식 이후 지속돼 온 핵 군축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경고했다.

손기은 기자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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