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기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소통 대상은 국회와 언론, 산업계를 넘나든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18일 만인 전날(22일) 여야 지도부를 관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년 11개월이 지나서야 야당 대표와 회동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신속하게 ‘협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식사 메뉴로는 통합의 의미를 담은 ‘오색 국수’가 나왔고, 취임 이후 줄곧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했던 이 대통령은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붉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넥타이를 맸다.

이 같은 활발한 소통은 이 대통령이 국회와 대통령실의 가교 역할을 맡는 정무수석에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을 발탁한 당시부터 예견됐다. 4선 의원 출신으로 여야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우 수석은 여권 내에서도 대표적인 ‘무(無)계파 인사’로 불린다. 우 수석이 새 정부 들어 국회에 공식적으로 방문한 횟수만 네 차례(10·11·12·17일)에 달한다. 그야말로 ‘문지방이 닳도록’ 국회와 대통령실을 오가며 소통의 기반을 닦고 있는 셈이다.

취임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국민도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20일 성인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과 관련한 긍정 평가는 59.3%에 달했다. 부정 평가는 33.5%에 그쳤다.

다만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다녀온 이 대통령이 ‘비행기 간담회’에서 밝힌 대로 임기 마지막에 더 높은 지지율을 얻으려면 겉으로 드러나는 소통 행보 이외에 실질적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찬 회동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재정 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 ‘초당적 외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사법부 독립’ ‘국가 개혁 과제’ ‘부동산 대책’ ‘국가 시스템 개혁’ 등 총 7가지 사항을 주문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포퓰리즘적 성격,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 등을 꼬집은 셈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한 인사는 사석에서 윤 전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며 “과거 대통령은 야당이 ‘세 가지’를 말하면 그중 하나는 수용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7가지 제언 중 어떤 것에 귀를 열고 야당도 만족할 만한 응답을 내놓을까.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진정한 소통과 협치는 ‘넥타이 너머’에 있다.

나윤석 기자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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