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무용단 ‘파이브 바이브’

 

창단이래 첫 남성으로만 구성

20~50대 스무 명 역동적 무대

‘흥’등 5감 표현…내일 첫 공연

 

■ LG아트센터 ‘백조의 호수’

 

짙은 눈화장에 깃털 바지 입고

강하면서도 묘한 브로맨스 구현

초연 땐 男관객들 집단 퇴장도

국립무용단의 남성 무용수들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신작 ‘파이브 바이브’를 시연하고 있다. 무용단의 이재화 단원은 “역동적이고 강렬한 매력과 동시에 한복 속에 가려져 있던 남성들의 섬세하고 정적인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의 남성 무용수들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신작 ‘파이브 바이브’를 시연하고 있다. 무용단의 이재화 단원은 “역동적이고 강렬한 매력과 동시에 한복 속에 가려져 있던 남성들의 섬세하고 정적인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장 제공

무용이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엠넷(Mnet) 춤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이하 스테파) 등이 화제가 되면서 남성 무용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늘었고, 이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구축했다. 공연이 끝난 뒤 사진과 사인 요청을 하는 팬들은 물론, 퇴근길에 팬들과 만나는 이벤트도 공연장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국립무용단은 남성 무용수로만 구성된 한국무용 ‘파이브 바이브’를, LG아트센터는 6년 만에 발레리노들이 주축이 된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린다.

‘파이브 바이브’(25∼29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국립무용단 최초로 전원 남성 무용수만 출연하는 신작이다. 지난 4월 조기 매진된 국립무용단의 ‘미인’이 여성 단원만으로 작품을 구성했다면, ‘파이브 바이브’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 무용수 20명이 등장한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이를 두고 “그동안 여성 무용수 중심으로 발전해 온 한국무용계의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예효승은 “한국적인 5가지 리듬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 ‘장단’ ‘숨’ ‘흥’ ‘시간’이라는 다섯 가지 감각을 주제로 무대를 풀어갈 예정이다. 예효승 연출은 2005년부터 벨기에의 현대무용 컴퍼니 ‘레 발레 세드라베’(현 라게스트)에서 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최근에는 에르메스·까르띠에·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안무가로 작품에 참여하는 국립무용단의 이재화 단원은 “남성들의 춤에 대한 편견은 많이 줄었지만 전막 안에서 소품 형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남성들의 섬세함이나 와일드함, 에너지가 오히려 한국 무용의 멋을 보여준다. 남성 무용수 특유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고전을 재해석한 창작 발레로, 초연 당시 기존의 백조에 대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LG아트센터 제공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고전을 재해석한 창작 발레로, 초연 당시 기존의 백조에 대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LG아트센터 제공

‘백조의 호수’(지난 18∼29일·LG아트센터)는 이른바 근육질 백조로 유명한 창작 발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안무가(미국 타임지)로 불리는 매튜 본이 만들었으며, 30년간 무대에 오르며 현대 창작 발레 가운데 흔치 않게 롱런한 작품이다.

1995년 초연 당시에는 동성애 코드에 불만을 품은 남성 관객들이 ‘중간 퇴장’하는 일도 벌어졌지만 점차 인기가 높아졌다. 이후 1999년에는 발레로서는 이례적으로 토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2019년 내한 당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백조의 호수’ 이미지를 지워버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남성 백조들이 그러한 역할을 잘해냈다”고 전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남성 백조들이 등장하는 군무 장면. 상의를 탈의한 채 깃털이 달린 바지를 입고 짙은 눈화장을 한 모습으로 등장한 무용수들은 허리를 굽혀 상대를 위협하고 높게 뛰어오르며 백조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발레리나들의 백조가 우아하고 고운 선을 강조한다면 매튜 본의 백조는 남성의 강인함과 그들 간의 묘한 브로맨스를 보여준다.

남성 무용수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해 왔으나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데에는 미디어의 힘이 크다. 이와 함께 발레계는 스타 발레리노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지난 7∼8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 역시 ‘스테파’에 출연했던 무용수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전막 발레에서도 보기 어려운 남성 군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무대 뒤 그들의 꿈과 애환 등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대중적인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일반 관객 사이에서도 무용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며 “무엇보다 최근 무용의 주요 관객층이 여성이기에 남성 무용수들이 주목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원래 무용계에는 여성들이 월등히 많은데, 이를 계기로 남성들의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서로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있으며 좋은 무용수들이 매년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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