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김민석 총리 후보 검증

 

김, 복합적 의혹으로 얽혀 과거 낙마사례보다 위중… 공직자윤리법 등 실정법 위반 가능성

여, 야의 팩트 중심 비판에 ‘메신저 사냥’으로 대응… 스스로 도덕성 포기하고 민주주의 조롱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과 자금 흐름, 석사학위 취득 절차 등을 둘러싼 의혹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고 있다. 김대중(DJ) 정부 때 같았으면 낙마했을 사안이다.

◇파도 파도 의혹

김민석 후보자의 의혹은 크게 사적 채무와 정치자금 흐름을 포함한 재산 형성, 학위 취득, 그리고 가족 의혹 등으로 분류된다.

먼저 재산 형성 의혹과 관련,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19∼2024년까지 5년간 경조사 축의금과 출판기념회 수익으로 최소 6억 원의 현금을 받았으면서도 재산등록에서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재산이 거짓 신고됐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이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했다면 조세법 위반에, 수입지출 흐름이 부적절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 주 의원은 특히 출판기념회가 현금의 ‘저수지’ 역할을 했다면서 “현금을 집에 쟁여놓고 몰래 써 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적어도 7년간 상환하지 않았던 사적 채무 관련 의혹도 간단치 않다. 2018년 4월 전후로 지인들로부터 빌린 1억4000만 원이 있었고, 허위 차용증을 쓴 의혹이 있으며, 이를 갚은 시점이 총리 지명으로 언론에 의한 지상검증이 시작된 이후라는 점에서 의도적 은닉이라는 것이다. 실질 차용이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및 부산시장 후보로 활동하던 시기와 겹치는 중국 칭화(淸華)대 석사학위 취득 과정에 대한 설명도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2009년 4월∼2010년 6월 사이에 21차례 중국을 방문해 열공했다면서 엑셀파일로 정리한 출입국 내역을 공개했지만, 오전 7시 최고회의에 참석한 후 오전 8∼9시 항공편으로 베이징(北京)을 왕복했다는 설명은 궁색하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은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얽혀 있어 과거 낙마자들의 그것보다 더 위중해 보인다. 게다가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 언론에 대한 고압적 태도 등 괘씸죄까지 더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임명 철회 불가를 완곡하게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의 낙마자들

‘1987년 체제’ 이후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어서 국회의 검증과 도덕성 논란에 따른 낙마 사례는 없었다. 김영삼 정부 당시 이회창·이수성·고건 등은 언론의 지상검증이 있었지만, 무난히 임명됐다.

하지만 DJ 정부 때인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는 야권에 의한 정권 견제의 무기가 됐다. 야권은 총리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 투기 의혹, 세금 탈루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2002년엔 장상과 장대환이 한 달 간격으로 낙마했다. 장상의 경우 부동산 투기 의혹과 위장전입, 장남의 이중국적 등이 문제가 됐고, 심지어 ‘집의 크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장대환도 부동산 투기와 재산신고 누락, 친재벌관 등이 쟁점이 됐다. 여권은 두 사람에 대해 차례로 국회 표결을 밀어붙였지만, 모두 부결됐다. 김 대통령은 후일 “(총리 임명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었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후회했다.

노무현 정권을 거쳐 들어선 보수 정부에서 국무총리 수난사가 잇따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김태호는 박연차 게이트 관련 거짓 해명 논란에 후보 단계에서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는 더 혹독한 시련을 거쳤다. 2013년 초대 총리 후보로 발표됐던 김용준이 전관예우 등 의혹으로 내정 5일 만에 자진 사퇴했고, 2014년엔 안대희와 문창극이 각각 전관예우 고액 수입과 역사관 논란으로 검증 단계에서 낙마했다. 이완구 총리는 2015년 임기 개시 2개월 만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물러났다.

국무총리 낙마 사례를 이슈별로 보면 부동산 투기(장상, 장대환), 박연차 게이트(김태호), 전관예우(김용준, 안대희), 역사관(문창극), 성완종 리스트(이완구) 등이다. 김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은 과거 사례들로 볼 때 임면권자의 임명 철회나 자진 사퇴 등으로 물러났어야 할 사안이다.

◇메신저 죽이기

김민석 후보 의혹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 이른바 ‘메신저 사냥’은 한국 정치의 퇴행을 말해준다. 민주당은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메신저 죽이기’(Kill the Messenger)라는 위험한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 검증 국면에서 이슈와 팩트 중심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민주당은 김 후보에 대한 비판에 “정치적 음해”, 나아가 “메신저 자격 없음” 담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 의원이 법의 잣대로 재산 형성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곧장 메신저를 겨냥했다. “왜 70억 원 재산가가 2억 원 재산을 가진 김민석을 비판하느냐!” 이런 행태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정치의 품격을 낮추고 공직자의 책임윤리를 무디게 한다.

‘메신저 죽이기’와 관련된 경구는 외교 관례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그리고 현대정치와 미디어 담론에서 곧잘 거론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자를 되치기함으로써 의심의 내용을 말소하려는 것인데, 이는 국제정치에서 불리한 정보를 은폐하려는 국가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인 제임스 매디슨에 따르면 신호가 아닌 전달자를 문제 삼을 때 통제와 검증 기능이 모두 무너진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2019년 ‘실험심리학저널’에 발표한 ‘Shooting the Messenger’라는 실험을 통해, 같은 메시지라도 전달자에 의해 평가가 달라지며, 나쁜 소식을 전하는 전달자의 평판까지 낮추는 ‘메신저 증오’가 일어난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The nature of bad news infects the teller”(나쁜 소식은 그 전달자를 오염시킨다).

검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메신저를 공격하는 순간, 그 정당은 스스로 도덕적 우위를 포기한 것이다.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죽이려는 순간 그 사회는 진실과 검증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계약을 깨뜨린다.

◇공적 담론의 타락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불렸다. 그만큼 정부의 능력과 도덕성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큰 자리다. 인사 검증 대상자는 김민석이지 주진우가 아니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보복으로 바꾸려는 프레이밍과 정치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메신저 죽이기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며 공적 담론의 타락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으로 16대 국회에서 최초로 도입됨.

‘메신저 죽이기’, 즉 ‘Kill the Messenger’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나 뉴스를 접할 때 그 전달자를 공격하는 것. 메시지보다 전달자를 잘못된 것으로 몰아붙이면 유효한 논리도 무력화됨.

■ 세줄 요약

파도 파도 의혹: 김민석 관련 의혹은 크게 사적 채무와 정치자금 흐름을 포함한 재산 형성, 학위 취득, 그리고 가족 의혹 등으로 분류됨. 의혹들이 복합적이고 위법적 요소도 있어 과거 낙마자들의 그것보다 더 위중함.

과거의 낙마자들: 2000년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는 야권의 정권 견제 무기가 됨. 김민석 의혹들은 DJ·박근혜 정부 당시 사례들로 볼 때 임면권자의 임명 철회나 자진 사퇴 등으로 물러나야 할 사안.

메신저 죽이기: 민주당에 의한 ‘메신저 사냥’은 한국 정치의 퇴행을 말하는 것. 검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은 정당 스스로 도덕성을 포기한 행위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조롱이자 공적 담론의 타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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