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I미래기획수석 신설과 100조 원 민관 합작 투자 등 대통령의 인공지능(AI) 공약 실행이 가시화하면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은다. 미국이 백악관에 AI크립토 차르(정책 책임자)를 신설하고 국가전략과 규제 체제를 만들어가며 스타게이트(AI 인프라) 프로젝트로 민관 합동 투자 기반 펀드를 조성하는 모습과 겹쳐 보이는 면이 있다. 일단 포커스를 명확히 하고 권력 핵심의 전폭적인 지지가 가시화하며 진흥 정책과 규제 체계 구축이 함께 속도감 있게 전개될 수 있는 구조가 기대된다. ‘민간 주도’를 강조한 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먼저, AI 전략을 수행하는 ‘구조’를 잘 만들고 이를 일관성 있게 수행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직후 설립된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코로나19 시기의 디지털 뉴딜정책 등의 사례를 보면 정치적 환경의 변화로 바로 관심이 식고 지원이 끊겨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기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을 조정해 진행하거나 대통령 직속 AI디지털혁신처를 신설하는 등 실행 조직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 실질적인 예산과 권한을 주고 정치권과 이해집단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중장기 성과에 매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의 의지와 전폭적인 지지가 필수불가결하다.
20세기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혁신 구조를 설계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버니바 부시 교수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단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대비할 군 혁신 기술 개발 조직인 ‘과학연구개발국’의 수장을 맡게 된다. 군 조직은 ‘일개’ 연구자 조직과 군 예산 및 권한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을 못마땅해했는데 이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보호막이 돼 결과적으로 매우 큰 연구 성과들을 도출했다. 라디오와 레이더 기술의 상용화, 감염질환 극복,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환 핵 우위 확보, 전산 기술 개발 등 20세기 대표적 기술들을 대거 성공시킨 것이다. 이런 성과는 후임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에게 이어져 국립과학재단(NSF)이 창설되고 오늘날 미국 혁신 구조의 초석이 됐다.
기술 혁신 전략에는 기술과 시장의 두 바퀴가 똑같이 중요하다.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는 AI데이터센터 구축,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반도체와 서버 산업 육성, 주권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등의 이슈도 중요하다. 그보다는 전방위적인 AI 활용의 확산, AI 기반 창업생태계 활성화, 디지털 소외계층의 선제적 예방, 미래 AI 산업을 선도할 인재 양성 등이 지금보다 더 강조돼야 한다.
서구의 AI에 관한 연구는 인간 뉴런의 작동 원리가 이해되고 이를 이진법에 기반해 수리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며 트랜지스터 및 전자계산기가 탄생한 1940년대부터 계속돼 왔다. 앨런 튜링, 마빈 민스키, 존 매카시, 제프리 힌튼 등 수많은 연구자가 20∼21세기 내내 수많은 암흑기를 극복하며 이제 온 인류의 일상을 바꿔 놓을 잠재력을 증명했다. 이 기간 상업적 성공이 요원해 보임에도 서구 연구 기관이 AI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끈질기게 확보, 지원해 온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과 AI 정책 책임자가 국가 AI 혁신 구조를 만들어 좌고우면 없이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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