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주요 핵·군사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시작된 이란 사태가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운 미국의 개입으로 12일 만에 종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SNS에 “양측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면서 “이란이 6시간 뒤 먼저 휴전하고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난 시점에 이스라엘이 12시간 휴전을 시작해 24시간 뒤 전쟁이 공식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란에서는 “휴전 합의는 아니다”는 반응도 나오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힘을 통한 평화’를 견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 22일 세계 최강의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와 초대형 관통 폭탄 벙커버스터 등을 동원해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을 파괴하자 이란은 결사항전 결의만 대외적으로 드러냈을 뿐 종이호랑이처럼 무력하게 행동했다. 카타르 내 미군기지를 폭격하면서도 사전에 계획을 알리는 식으로 휴전 의사를 내비쳤다. 이란이 ‘페르시아 식 가부키 연극’을 한다고 조롱받은 이유다.

지난 12일 동안의 사태에서 확인된 것은 첫째, 이란의 핵을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저지 작전을 벌인 이스라엘의 결기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정보망을 구축한 뒤 휴대폰 감청 및 해킹으로 핵심 지도부의 동태를 파악했고 방공망까지 무력화하며 미국 개입의 길을 닦았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개입주의 마가(MAGA) 세력을 뒤로하고 군사력을 통한 미국 패권을 확인한 점이다. 필요할 땐 슈퍼파워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이 모사드와 군 정보부를 통해 치밀하게 이란 핵 무력화 작전을 벌인 것처럼 한국도 북핵 폐기 전략을 세우고, 대북 작전을 펴면서 미국을 설득해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도 거래 관계로 규정하는 등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수호하는 것이 미국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을 세계에 과시했다. 관세와 국방비 등 많은 현안이 있고 주한미군 성격도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한미동맹 속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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