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채용시장 보니...신입 거부하고 경력만 원하는 기업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경력 직원 채용만을 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국내 청년·여성·고령층 등 고용 취약 계층 고용률이 다소 올랐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여전히 중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발표한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채용 공고는 총 14만4181건인데, 이 중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기업이 82.0%에 달했다. 신입 또는 경력을 원하는 기업은 15.4%였으며, 신입 직원만을 채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구직자들은 이 같은 경력 중심 채용이 취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인식했다. 대한상의가 대졸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졸 청년 취업인식조사’ 결과(복수응답), 53.9%가 ‘경력 중심의 채용’이 취업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국제질서, 인공지능(AI) 폭풍 등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도 공개 채용보다는 수시로, 신입보다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턴과 학점 인정 연계형 현장실습 확대, 직무 기반 실무 훈련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등을 통해 구직자들이 재학 중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직자와 구인 기업 간 희망 연봉 부조화(미스매치)도 발생했다. 대졸 청년 구직자의 희망 연봉 수준은 평균 4023만 원으로 조사된 반면, 신입을 구인하는 채용 공고상 평균 연봉은 315만 원 적은 3708만 원에 그쳤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거주 신규 구직자의 63.4%는 ‘좋은 일자리가 전제된다면 비수도권에서도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비수도권 취업을 위한 조건으로는 ‘높은 급여 수준’(78.9%)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청년·여성·고령층 고용률은 각각 45.0%, 61.4%, 69.9%로, OECD 38개국(청년은 35개국) 중 27위, 30위, 15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고용률은 지난 10년간 OECD 38개국 중 30∼31위에 그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