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는 뮤지컬, 한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뮤지컬, 이러면 K-뮤지컬이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들이 대기실에서 어느 순간부터 한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 했어요. 제가 백스테이지에 가면 절 보고 한국어로 ‘밥 먹었어요’라고 묻기도 하고요.”
K-뮤지컬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는 이 같이 답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토니 어워즈에서 6관왕을 차지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어쩌면 해피엔딩’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박 작가는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두고 그걸 보면서 아침을 먹었는데 신기하더라”며 “그 무게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되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 서울에서 구형 로봇 간의 사랑을 다뤘다. 박 작가는 “창작 당시 오랫동안 교제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이 암으로 8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며 “차라리 내가 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를 받을 이유가 없을 텐데 왜 나는 자꾸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만들어졌다”며 탄생 배경을 밝혔다.
그는 간담회 내내 토니상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윌(작곡가)도 나도 사랑이 두려워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약속하는 ‘클레어’(여주인공) 같은 성격”이라며 “후보 발표가 났을 때도 너무 기뻤지만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미국에서도 ‘어쩌면 해피엔딩’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박 작가는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며 작업 생활을 이어왔다. 그는 스스로를 “이민자”라고 말하며 “나는 한국식 악센트를 구사하는 사람이고 일을 하다 보면 그들의 문화, 그들의 언어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저들의 일부가 될 수는 없다고 느낀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이 수상에 있어서 강점이 됐다. 한국이라는 배경과 낯선 소재가 오히려 미국 관객들에게 참신하게 다가온 것이다.
올해 10주년 공연은 토니상 수상 이전에 결정된 만큼 브로드웨이와는 무관한 ‘한국 버전’으로 제작된다. 다만, 투자사 NHN링크 공연 제작 이사인 한경숙 프로듀서는 “브로드웨이 버전의 국내 공연은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