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중학교 내내 단짝이었던 네 명 무리에서 늘 함께할 것 같던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졌어요. 그 충격에 수행평가도 못 챙기고 성적이 떨어지는데, 부모님 다툼이 겹쳤어요. 학교에서 상담도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어요. 정신건강의학과도 가보려 했지만 엄마 반대로 진료받지 못했어요.
다행히 올해 고등학교에 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아졌는데, 최근 부산 여고생 동반자살 소식을 들으니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중학교 친구 중 1명이 정신과에 입원할 정도로 우울증이 안 좋아졌다 들었는데 ‘혹시 그 친구도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에 두근거리고 슬픕니다. 친구 걱정에 공부를 못 하는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에게도 서운합니다.
A : 상담 효과 없다고 멈추면 안돼… 전문가에 마음 털어놓기를
▶▶ 솔루션
어른들도 10대를 지나왔으며, 그 시절엔 친구가 소중했지만 나중엔 이를 잊습니다.
10대는 또래에 대한 연대의식이 강해서, 어른보다는 친구 의미가 더 크고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엄마가 완전히 이해 못 해주는 건 안타깝지만, 또래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중학교 시절 상처와 걱정이 다시 떠오른 건 당연합니다. 전혀 모르고 지내던 고등학생들 소식도 안타깝지만, 그보다는 바로 내 문제, 소중한 친구가 걱정되는 게 훨씬 더 클 것입니다. 누구라도 불안해지고 과거의 아픔이 다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주변을 깊이 이해하고 느끼는 섬세한 마음을 가져서 그렇습니다.
호르몬 변화로 예민한 중학교 시절에 친구들과의 이별, 수행평가와 성적 부담, 가정 내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것은 마음에 회복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우울감이 다시 찾아올까 겁난다는 신호를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상태를 지키고 싶어 한다는 뜻이니, 예전처럼 힘들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받아야 할 때입니다.
학교 상담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나 심리 상담은 한두 번만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상담 시간 중 효과를 못 느껴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담받을 때 기분 좋다는 느낌보다는 삶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변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실력 있는 치료자라 할지라도, 기관에 소속된 탓에 비밀을 모두 털어놓는 데 저항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상담자에게는 당연히 비밀을 지키는 게 의무라고 해도, 내담자나 환자 입장에서는 같은 기관 소속 전문가에게 완전히 솔직해지는 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효과가 없었다고 도움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현재 학교에서 상담을 받더라도 주로 중학교 때 일을 얘기한다면 그때보단 마음이 편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든 빨리 찾아갈수록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와 먼 곳에 사는 친구 일이라고 억지로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자세보다는 마음을 충분히 나누고 털어내야 더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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