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흔히 경제부처가 아니라 정치부처로 불린다. 정치 논리가 강하게 투영되고, 정권 성향에 따라 정반대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장관 중에서 유일하게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토록 했다.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등 4개 농업 관련 법안을 처리하자 송 장관은 ‘농업 미래를 망치는 농망 4법’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결국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로 돌려보냈다.

이런 상황을 돌아보면, 여야 모두에서 송 장관 유임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농민단체들도 가세했다. 대통령실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인사”라고 했다. 물론 좋은 인사정책이다. 그러나 정치 영향이 덜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반대 입장을 취했던 사람을 그대로 두는 것은 국민을 의아하게 만든다.

더 뜨악한 일은, 송 장관이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며 돌변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농업정책에 관여한 경력으로 장관에 기용됐는데, 실상은 소신조차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 그룹은 물론 자신이 몸담았던 윤 정부도 욕보이는 행태다. 최선을 다해 4개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해 이 대통령이 수용하게 하든가, 그러지 않으면 관직에서 물러나는 게 사람의 도리다. 더 이상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고사(固辭)하기 바란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