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일한 뒤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발병

근로복지공단 “발병 원인 명확치 않다” 주장

법원 “유해요소들에 지속적·복합적 노출”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복합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반도체 웨이퍼공장 근로자가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 발암 물질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최수진)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2004~2016년 반도체공장에서 웨이퍼 연마 및 세정 업무 등을 맡았던 A씨는 2017년 3월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고 2018년 12월 44세 나이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공단이 “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 결과 유해물질 노출량이 미미하고, 노출 물질과 질병 간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유족급여 지급 등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발병 원인과 매커니즘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A씨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디클로로메탄을 포함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 극저주파 전자기장, 주·야간 교대근무 등 작업 환경상 유해요소들에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된 뒤 병이 생긴 점이 인정된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공정 중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는 물질도 있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가 노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작업환경 측정에서 유해물질이 누락되거나 현재 기술로 측정 불가능한 유해인자가 존재하거나 유해요소끼리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한 기자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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