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의혹을 찜찜하게 남긴 채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했다. 그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민석 같은’ 정치인을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경제활동 한 적 없는 사람, 월급봉투를 가족에게 쥐여준 적 없는 사람, 아마도 평생 남의 돈으로 정치를 해왔던 사람”이라고. “좋은 학교 나오고, 번듯하게 말을 잘해서 그렇지 사실 날건달과 다름없다.”

그런데 사실 정치는 대대로 날건달이 주도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젊었을 적 농사일을 돌보지 않고,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한량이었다. 명나라 초대 황제 주원장은 홍건적 출신이다. 중국 인문학자 이중톈의 저서 ‘품인록’에 따르면 ‘중국 역사에서 제왕의 자리를 찬탈한 사람은 호족 아니면 건달’이었다.

고대 로마의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 역시 날건달이었다. 카이사르가 31세에 회계감사관으로 취임할 때 진 빚은 1300달란트로, 당시 11만 명 이상의 병력을 1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거금이었다고 한다. 여성 편력도 유명했다. 그는 막대한 빚에도 오히려 큰소리치고 다녔다. 빚쟁이들이 몰려들었을 때 보증을 서 준 사람은 그의 최대 채권자 크라수스였고, 둘은 정치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카이사르는 남의 돈으로 혁명을 해냈다’는 후세의 평가를 남겼다.

날건달이 정치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정치’(Politics)는 고대 그리스어 ‘Polis’(도시 국가)에서 유래한 말로,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질서를 바로잡으며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도모하는 행위를 이른다. 원래 정치란 생업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

그렇다고 날건달 정치인이 바람직하다 단정할 수는 없다.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고, 빚으로 빚을 갚으며, 별도의 수입원이 없음에도 해외 유학을 다니며 자산이 늘어난 김 후보자의 삶은 생업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많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

다만 생업에 연연하지 않고 공적 책무를 우선할 수 있다는 게 날건달 정치인의 강점이다. 한량 유방은 진나라 수도 함양에 입성하자 ‘추호무범’(秋毫無犯)했고, 빚쟁이 카이사르는 로마 제국의 초석을 놨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마친 뒤 “국민과 하늘을 판단의 기둥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도 가야 할 길을 아는 것 같다.

이정우 기자
이정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