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장애아동 사회성 개발 ‘동심마블 - 꿈, 행쇼’
자기 의견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리 지르고 자리 이탈하기 일쑤
스스로 의견내 여행 계획 세우고
단체생활 질서·계획수립 등 학습
자기결정능력·또래관계 등 향상
삶의 반경 넓어지고 정서 안정도
자폐 성향이 강한 박모(14) 군에게 또래 관계는 늘 풀지 못한 숙제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함께 체험활동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결정이 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이탈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박 군이 달라졌다. 양보는 물론이거니와 “다음에 또 같이 뭘 먹어볼까”라고 먼저 물으며 친구들과 이견도 조율한다. 지난해 초록우산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장애 영유아시설 동심원의 ‘동심마블-꿈, 행쇼(꿈꾸던 행복여행 쇼타임)’ 프로젝트 덕분이다.
동심마블-꿈, 행쇼는 지난해 4~11월 동심원에 거주하는 아이들 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행 프로그램이다. 박 군처럼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기결정 능력이 부족한 장애아동들에게 단체생활에 필요한 질서, 계획을 세우는 법 등을 자연스레 알려주기 위해 마련됐다. 여행지부터 숙소, 이동수단, 간식까지 아이들이 직접 의견을 내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보다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보드게임 ‘부루마블’ 형식을 차용해 여행지를 선정했다. 게임판에 무작위로 20개 도시를 배열한 후 주사위 등을 이용해 여행지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총 3팀으로 나뉜 아이들은 여행지 선정 이후 삼삼오오 모여 1박 2일간의 여행 일정도 짰다. ‘루프톱 카페에 가보고 싶다’ ‘워터파크에 가보고 싶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봄·여름·가을 세 차례에 걸쳐 다녀온 여행지만 9개 도시다. 서울, 강원 춘천, 충남 당진, 제주 서귀포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직접 짠 여행계획서를 바탕으로 동물 모양 머그컵도 만들고, 지역 맛집 탐방도 진행했다. 여행 후에는 함께 촬영한 동영상·사진을 보며 평가하는 시간도 가졌다. 스스로 느낀 것을 직접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자기결정 능력을 길러보자는 취지다.
프로그램 진행 결과 참여 아동의 자기결정 능력과 또래 관계 모두 수량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평가에서 아이들의 자기결정 평균 점수는 50점 만점에 34.5점이었는데, 사후평가에서 40.3점으로 총 5.8점 높아졌다. 또래 관계 형성 점수도 평균 34.8점에서 39.9점으로 5.1점 늘었다. 질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 여행 프로그램을 계획하며 다른 아이들의 의견을 따라가던 아이들이 모임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원하는 바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심원 측은 또 “무언가를 결정할 때 선택의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친구’라는 개념 확립도 주요 변화 중 하나다. 거주시설 특성상 아이들은 단체생활을 하는데 자폐 성향이 강한 장애아동들의 경우 자신의 욕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공격적 성향을 보여 또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여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표현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타인의 의견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삶의 반경도 넓어졌다. 동심원 측은 이제 아이들이 해외여행까지 가보고 싶다고 표현한다며 “다양한 지역의 여행을 통해 세상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서적 안정도 부수적 효과로 따라왔다. 프로그램 참여 아동 중 80% 이상이 무연고 아동이거나 부모와 교류가 단절된 상태로 입소한 아이들로, 정서적으로 일부 결여됐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이모’ ‘삼촌’,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기관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올해도 아이들의 ‘행복여행’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는 바닷가 지역탐방이 주제다. 동심원은 초록우산 공모사업 결과보고서에서 “아이들의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고, 계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커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정철순 기자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2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