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김민석 의혹에… ‘출판기념회’ 논란 가열
‘선거 90일전 개최금지’가 전부
세금적용도 안돼 너도나도 활용
수입 내역, 보좌관에도 비밀로
檢, 신학용땐 ‘로비 자금’ 간주
이후 ‘정가판매’도 많아졌지만
관련 법 개정 시행은 지지부진
“출판기념회 당시 권당 5만 원 정도의 축하금을 받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 일반의 눈으로 봐서는 큰돈이지만, (출판기념회) 평균으로 봐서는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022∼2023년 두 차례 출판기념회로 2억5000만 원가량의 현금 수입을 얻은 것과 관련해 지난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현재 출판기념회 관련 법규는 공직선거법 제103조 5항 ‘누구든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와 관련 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규정이 전부다. 따라서 출판기념회에서 수억 원을 받더라도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출판기념회가 의정 성과를 알리고 정치 신인이 이름을 알리는 본연의 기능을 하기보다는, 정치후원금을 모집하기 위한 행사로 변질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출판기념회 수입은 보좌진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상 선관위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모금 액수 제한이 없는 데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치인 입장에서는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정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권당 금액 한도가 없기 때문에 책 가격은 통상 국회의원이 가진 권력의 크기가 결정한다.
국회에서 10여 년간 일해 온 한 보좌관은 “의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은 수입은 의원이 보좌관에게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며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 여당 정치인이 출판기념회 한 번에 10억 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1억 원 이상을 얻었다”며 “김 후보자가 두 번의 출판기념회를 통해 2억5000만 원을 벌었다는 게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만큼 피감기관, 관련 기업의 참여가 많았을 것이란 말도 했다.
의원들은 공식적으로 연간 1억5000만 원 한도로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세비 1억5600만 원에 후원금을 합치면 3억 원이 넘는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후원금 1억5000만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식 정치자금은 영수증을 챙겨 지출 내역을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은 축하금은 ‘공식’ 정치자금으로는 쓸 수 없는 정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재원이다. 국회에서 잔뼈가 굵은 한 보좌관은 “이름을 알 만한 의원이 출판기념회를 하면 축하금으로 3억∼4억 원 정도는 들어온다”며 “얼마나 자주 출판기념회를 했느냐,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느냐, 현안과 얽힌 이해관계자의 자금력이 어느 정도냐 등이 영향을 주는 부수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회계를 담당하는 한 비서관은 “출판기념회 총수입에서 장소 대관료, 출판사 비용, 현장 참여자 실비 지급 등 2000만∼4000만 원의 비용을 제외하면 순수익으로 남는다”며 “공천 헌금, 경조사비 등에 쓰는 경우가 있고, 생활비로 가져가거나 통상적인 사무실 운영에 쓰는 의원도 많다”고 했다.
◇달라진 출판기념회? “정가 판매 위해 카드기 동원도” =최근 개최된 대다수 출판기념회에서는 책을 정가로 판매하고 있다. ‘입법 로비 창구’라는 오해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1월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한 중진 의원은 “출판기념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부러 출판사 카드기를 동원해 ‘1인 1책 정가 판매’를 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원은 “‘굳이 유난을 떨 필요가 있나’라는 유혹도 있었지만 출판기념회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면서도 “다만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 출판사가 나에게 책을 사라고 해서 되레 적자를 봤다”고 덧붙였다.
출판기념회 축하금이 정치자금으로 여겨지며 부담을 느끼는 의원도 많아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검찰 정부’였기 때문에 출판기념회로 수사의 빌미를 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서 퍼져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사법 리스크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돈봉투가 횡행하던 출판기념회 문화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도 2014년 검찰이 신학용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유치원총연합회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하면서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로비 자금으로 간주하고 난 이후부터다. 신 전 의원은 해당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바로 다음 해에 같은 당 노영민 전 의원은 출판기념회 후 남은 책을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에 옮겨놓고 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후 책 판매대금을 결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 전 의원은 그다음 총선에서 공천 배제됐다.
◇제도 개선 방안은 이미 나왔는데…‘중이 제 머리 깎을 수 있나’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선관위는 지난 2014년 정치인이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어떠한 명목으로도 일체의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의견을 내놨다. 출판사가 의원 등이 개최한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책을 정가로 판매하는 행위만 열어두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선관위는 의원 등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기 2일 전까지 개최 일시와 장소, 출판사명 등을 선관위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현행 신고의무해태 행위에 포함시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벌칙 규정도 담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총선 전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관행을 없애는 것을 정치개혁으로 제안한 바 있다. 여당 중진 의원은 “의원들 모두 출판기념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공식적인 정치자금으로 모두 충당할 수 없는 비용이 드는 현실의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지향점과 현실을 두루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가 판매·부수량 제한 野‘김민석 방지법’ 내놔
국민의힘이 출판기념회를 통한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을 막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두 차례 출판기념회로 2억5000만 원가량의 축하금을 받았다고 밝히자 ‘제2의 김민석 방지법’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출판물 판매 수입을 정치자금으로 포함하고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검은봉투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지난달 23일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정가 이상 판매 금지는 물론 1인당 판매 수량을 10권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30일 이내에 수입과 지출 내역도 선관위에 보고해야 한다.
김미애 의원이 지난달 25일 발의한 법안에도 출판기념회에서 얻은 수입금을 정치자금으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책은 정가 또는 통상적인 가격 이상으로 판매하지 않도록 제한했고, 한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는 출판물의 수량은 1권(또는 1세트)으로 묶었다. 판매 제한을 위반했을 때는 그 판매로 인한 수익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그 가액을 추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야당의 입법 공세가 실제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김 후보자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여당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다. 다수 의석을 확보해 사실상 입법 권한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동의 없이는 법 개정이 어렵다. 야당 내에서 동의를 얻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음성적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는 관행은 여야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의 부도덕성을 강조하려다 자신들의 발목을 묶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출판기념회를 없애면 되레 정가가 없는 미술전, 서예전이 열릴 수 있다”며 “한 사람이 한 권의 책만 카드로 살 수 있도록 하고, 정치인에게 지출 내역 신고 의무를 부여하면 현재 지적되고 있는 각종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민정혜 기자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