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국익 중심 실용 외교 표방한 李

외교안보 ‘빅 4’ 동맹파는 소수

南北을 韓美보다 앞세울 위험

 

동맹에 적신호 준 李 나토 불참

국방비 GDP 5% 가이드라인

안보동맹 강화 계기로 삼아야

이재명 정부의 첫 외교안보팀 인선에서는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를 동렬에 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동맹파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자주파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을 외교안보의 양대 축으로 세운 데서 그런 뜻이 읽힌다. 여기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안보실장과 국정원장, 외교장관, 국방장관 등 국가 핵심 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외교안보 빅(big)4’가 완성된다.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의 핵심 멤버로서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게 빅4의 기본 임무다.

이 대통령은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면서,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의 기준”이라고 했다. 국익 중심의 외교를 하기 위해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지 않겠다는 말인데, 이런 접근법은 ‘빅4’ 인선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미관계는 동맹파 위 실장, 남북관계는 자주파 이 국정원장이 맡도록 ‘업무 분담형’ 인사를 했다. 각자 경쟁하게 하고, 필요할 경우 이 대통령이 직접 조정하고 결정하겠다는 구도로 읽힌다.

외교·국방장관 후보자도 각자의 어젠다를 갖고 있다. 조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복원을 “중·러와의 외교 공백을 초래한 외눈박이 이념외교”로 비판한 바 있다.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의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이 국정원장 밑에서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를 이끌었던 만큼 대미 관계보다 대중·대러 관계에 집중할 듯하다. 안 후보자는 남북 9·19 군사합의 복원 의지부터 내비쳤는데,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밀어붙일 태세다.

이 국정원장이 멤버로 참여하는 진보정부 외교안보 원로 모임인 ‘6인회’도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상당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외교안보 ‘빅4’에서 동맹파가 소수파인 상황에서 6인회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은 동맹보다 남북관계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정권 출범 직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및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문제를 놓고 양측이 충돌한 게 대표적이다.

위 실장은 당초 지난달 22일 오후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관련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으나 급작스럽게 취소됐다. 대통령실은 이후 이 대통령의 불참 관련 서면 자료를 냈다. G7 정상회의에 이어 나토 정상회의까지 참석할 경우 향후 중·러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자주파 쪽의 제언에 따른 결정이라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이 한 번은 동맹파, 또 한 번은 자주파 손을 들어주면서 형식적 균형을 취한 셈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국익 중시 실용외교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때보다 훨씬 거칠게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인상 계획이 합의된 것은 러시아의 제2 침공을 막기 위해선 미국과의 동맹이 긴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2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스페인이 반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관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경고한 것을 보면, 당분간 세계는 트럼프식으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

한국에도 ‘국방비 GDP 5%’ 요구가 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와 자동차·철강 일반관세 25% 문제를 풀어야 하고 한미동맹의 부담 분담(burden sharing),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트럼프-김정은 핵 담판에도 대비해야 한다. 8일 방한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위 실장의 회동이 1차 관문이다. 여기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회담 일정과 의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외교안보 빅4가 한미동맹 강화와 남북대화, 전작권 전환 등을 제각각 추진하면 미국발 위기 총력 대응은 어렵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전략을 바탕으로 미·중 패권경쟁 시대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트럼프 2기 리스크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이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셰셰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 동맹 공조를 통한 국익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게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실용외교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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