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및 자영업자의 빚을 일부 탕감하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 금융지주 등 금융권이 4000억 원을 부담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부가 밝힌 가운데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 개정과 배드뱅크 설립 취지가 충돌되는 상황이다.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가 예고된 가운데 2일 금융권에서는 배드뱅크 출연이 ‘배임죄’의 소지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주 입장에서 충실한 추심을 해 건전성을 유지하고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 주주의 이익인데 이를 위배한 것이라며 배임죄로 소송을 걸 여지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공공성에는 공감하지만 상법 통과로 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측면도 강제되는 셈”이라며 “배드뱅크 출연 문제와 상법 개정안 모두 집권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과 정책인 만큼, 배임죄 여부와 관련한 모순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후 법률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경우 모두 상장돼 있고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절반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이익에 민감한 외국인 주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질 경우 금융지주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앞서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의 개인 부채를 탕감, 약 113만 명의 빚 16조4000억 원을 완전히 소각하거나 원금의 최대 80%를 감면하기 위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필요한 4000억 원의 예산을 추경에 반영하면서 배드뱅크 설립에 드는 나머지 4000억 원을 금융권이 부담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