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가 만난 사람 - 강건작 前육군교육사령관
Q.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 기대 속 과제는?
이란戰 등 글로벌 안보환경 급변
국방개혁 통한 유능한 군대 절실
美, 이란에 B-2 스텔스 보내 폭격
구소련 무기 쓰는 北 긴장할 사건
대통령 전작권 환수 약속했지만
軍, 준비도 능력도 없는 게 문제
대대로 부작용 많은 방첩사 해체
미군 정치중립·윤리의식 배워야
방위비 분담금 증액 불가피하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받아내야

인터뷰 = 신보영 정치부장
미국이 6월 21일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전략자산 B-2 폭격기를 동원, 첨단무기인 GBU-57 MOP 벙커버스터로 기습 타격했다. 1994년 북한 영변 핵시설에도 한때 검토됐었던 ‘서지컬 스트라이크(외과수술적 정밀폭격)’의 현실판이다. 북한 역시 핵능력뿐 아니라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추진 잠수함 등 5대 전략무기를 빠른 속도로 증강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까지 쌓고 있다.
강건작(59) 전 육군교육사령관(예비역 중장)은 이 같은 북핵 위협 증대와 글로벌 안보 구도 급변 상황에서 “강하고 유능한 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전 사령관은 “문민 국방장관의 탄생이 군이 제자리를 찾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지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면서 신임 장관의 3대 과제로 계엄 후유증 극복과 능력주의 인사, 국방개혁을 꼽았다.
강 전 사령관은 육군 28사단장, 6군단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냈으며, 이재명 정부의 국방차관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강 전 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비 및 주한미군 분담금 증대 압박에 대해선 “만일 늘려야 한다면 반드시 받을 것은 핵의 평화적 사용을 전제로 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서는 “너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시기보다 한국군이 전작권 수행 능력을 어떻게 제대로 갖출 것인가를 당장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체류 중인 강 전 사령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2일 이메일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 진행됐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앞두고 과제를 3개 꼽는다면?
“민간 출신 국방장관은 장면 정부 이후 64년 만이지요. 저는 문민장관의 탄생이 군이 제자리를 찾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군은 5·16 군사정변 이후 너무 정치권과 가까웠어요. 이런 환경에서 군인들의 내면에 정치권에 잘 보여야 군에서 출세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문민장관은 이러한 오랜 인식과 관행을 끊어내는 첫 번째 단추를 채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12·3 계엄의 후유증을 빨리 극복하는 것이지요. 둘째, 강력한 인사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철저한 능력 위주 인사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합니다. 마지막은 국방개혁에 관한 문제입니다. 법적·제도적으로 정비할 것과 조직 개편을 해야 할 문제 등을 잘 고민해서 처리해야 할 겁니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부족 문제도 이재명 정부에서 방향을 잡지 않으면 자칫 실기할 우려가 있어요.”
―국방차관 물망에 올랐는데, 이두희 전 미사일사령관이 임명됐습니다.
“문민장관 시대의 국방차관은 과거와 역할이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군령보좌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국방차관은 군령권에서 배제돼 있었는데, 이런 관행과 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군사정부 시절부터 4성 장군 아래에 있는 국방차관의 국방 의전서열도 장관 다음으로 격상돼야 합니다.”
―국방개혁비서관을 역임했는데, 국방개혁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요?
“우리 군 스스로 전쟁기획 능력을 갖는 것, 미래 어떠한 안보 위협에도 대응 가능한 군 구조 개편, 우주 영역을 포함한 정보력과 지휘통제능력을 갖추는 것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미래 작전환경을 고려한 전쟁기획능력은 국방 차원을 넘어선 국가적 차원의 대응능력까지 포괄해 국가 동원체제, 군의 구조, 무기 도입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국방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어요. 정보력과 지휘통제능력 강화는 미래 국방력의 핵심이자, 우리 군이 상대적으로 가장 약한 부분입니다. 미래 전장에서 인공지능(AI)이나 드론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우주통신을 포함한 지휘통제 분야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국군방첩사령부 해체를 주장하는데, 테러나 간첩활동을 제대로 탐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방첩은 국방과 군에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방첩사를 해체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은 우리 방첩사가 방첩 업무에 몰입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정치권과 너무 깊게 연계돼 군에 미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계속 바뀌어 왔지만 방첩사의 군내 사찰 기능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해체 수준의 특단의 변화 없이는 군의 방첩 기능을 제대로 바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필요하다면 외국인의 스파이 활동 수사에 군이 관여해야 합니다. 이 기회에 방첩 기능의 세부적인 검토와 전반적인 재편성이 있어야 합니다.”
―“가장 모범적 군대는 미군”이라고 평가했는데, 우리가 어느 부분을 참조해야 할까요?
“미군은 세계 모든 군대 중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이 확고해 정치 변화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전문성과 전쟁수행능력이 탁월해 군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며, 엄정한 내적 기강으로 세계 최강의 군대입니다. 대한민국 군대가 멀리 볼 것도 없이 미군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 절차, 윤리의식 등을 제대로 보고 배운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한미동맹은 이러한 면에서도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격입니다.”

―지난달 미군이 이란 핵시설 공습에 GBU-57 벙커버스터를 실전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초기 공격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란의 드론, 탄도미사일 공격은 의외로 거셌고, 이스라엘 방공망이 와해될 위험까지 갔습니다. 미국의 도움이 없거나 조금 더 전쟁을 끌었다면 이스라엘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을 겁니다. 미국이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한 전격적인 공격은 예상 밖이었는데, 아마도 미국이 설정했던 목표를 달성했을 겁니다. 다만, 이것은 전술적·기술적 성과이지 전략적 효과는 시간을 두고 봐야지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넓혀보면, 인류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전쟁이 분명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두 전쟁을 비교하면서 한 가지 관점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사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같은 군사적 뿌리를 갖고 있던 두 국가였어요. 두 나라의 주요 무기는 모두 구소련에서 출발했고, 무기의 대량 생산주의를 추구했어요. 이후 소련 군사력의 핵심 사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국, 북한, 이란 등도 같은 사조를 가진 무기들로 군사력을 건설했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정밀타격을 선호했어요. 유럽 방위산업이 쇠퇴하고 이러한 정밀무기 기술을 계속 키운 나라는 미국 외에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은 서방의 무기와 구소련 계열의 무기가 맞붙었을 때 어떠한 차이가 나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텔스기의 실전 능력, 미사일 방어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봅니다. 구소련 무기가 대부분이고 최근 러시아에만 기대고 있는 북한이 긴장할 일이지요. 우리 군은 우리의 군사력 건설 방향에 확신을 갖고 지금껏 갖춘 능력을 더 고도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전에서 드론 위력이 대단한데, 2022년 북한 무인기도 남측에 침투했었습니다.
“북한 소형 무인기의 위협이 조금 과하게 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이란의 무인기가 대량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지만, 거의 대부분 격추됐습니다. 즉, 방공망이 탄탄하면 무인기는 저속비행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치명적 피해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북핵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미국의 핵우산 정책, 즉 확장억지 정책이 실효성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장억지력은 10%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효과는 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북한이 핵을 쓰려면 정권의 종말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우리 스스로의 재래식 억지력을 고도화해야 합니다. 우리 군은 오래전부터 3축 체계를 발전시켜 왔어요. 거부적 억지력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와 킬 체인(Kill Chain)을 강화해 왔습니다. 여기에 현무-4/5 등을 활용한 응징적 억지력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무-5는 한국군이 보유한 모든 155㎜ 대포를 동시에 한곳에 사격하는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어요. 이란 공격에 보듯이 최고의 정밀성을 가진 현무-5에 탄두를 바꿔가며 벙커버스터, 열압력탄, 확산탄을 운용한다면 북한 지도부가 숨을 곳이 없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북한 정권의 종말을 가져올 만한 무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작권 임기 내 전환을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이 준비가 안 됐다”는 우려도 많습니다.
“전작권을 언제 전환하겠다는 문제보다 우리가 전작권을 행사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1950년 7월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유엔사령부에 이양한 이후 한 번도 전작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군이 스스로 전작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에 떠밀릴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군이 전작권 수행 능력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전작권 전환 문제를 너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먼저 한국군이 전작권 수행 능력을 어떻게 제대로 갖출 것인가를 당장 고민해야 합니다. ”
―미국의 안보전략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5%로 증강하라거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비를 꼭 늘려야 한다면 어느 분야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만일 늘려야 한다면 꼭 무기 구입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장병 처우개선, 특히 간부들 수당을 현실화하고, 훈련장 시설개선이나 훈련장 주변 주민 보상 현실화, 예비군 정예화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또 우리가 반드시 받을 것이 있는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총 누적 저장량은 약 1만9000t 수준으로, 5년에서 7년 후면 주요 저장시설이 한계에 이릅니다. 물론 핵의 평화적 사용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 강 前사령관은…
△1966년 출생 △육군사관학교 45기 △육군참모총장실 정책과장 △3야전군 작전과장 △육군 제28사단장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육군 제6군단장 △육군교육사령관
“현대사 겪으며 저항성 상실한 장성들 계엄 동조…군인은 민주주의를 신념 삼아야”
■ 軍개혁 담은 ‘강군의 조건’ 출간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은 예기치 않은 조기 대선을 치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가 도화선이었는데, 여기에 적지 않은 장군들이 관여됐다. 내란 특검이 본격 가동된 상황에서 어깨에 별을 몇 개씩 달고 있는 이들은 왜 저항하지 않고 계엄에 동조했을까. 강건작 전 육군교육사령관(예비역 중장)은 “한국 현대사를 겪어오면서 정치적 저항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군인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신념으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군 주요 장성들이 대거 계엄에 연루됐는데, 상당수 장성이 국회에 진입한 군인들보다도 불합리한 명령에 더 저항하지 못했다는 것이 충격입니다.
“저는 계엄에 연루된 주요 사령관들이 정치적 야망이 있어 계엄에 동참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한국군 장성들이 한국 현대사를 겪어 오면서 정치적 저항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 근본 원인이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들의 잘못은 이러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철학적 도덕적 역사의식이 부족했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철학적 빈곤 속에 출세 욕망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었겠지요.”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보시는 것인가요?
“군의 정치적 정립이 완전히 자리 잡아야 합니다. 군인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신념으로 가져야 해요. 군을 정치적으로 종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방첩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고, 장성의 주요 직책은 임기를 보장하고, 정부가 편의대로 장성 인사를 못 하도록 장성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계엄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요?
“처벌은 단순히 행위에 대한 합당성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일벌백계’란 말이 있듯이 처벌 수위는 미래의 또 다른 군의 정치개입 가능성을 열어둘 것인가, 완전히 차단할 것인가의 지표가 될 것입니다.”
―지난 3월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군의 기강해이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12·3 계엄 이후 군의 위상과 지휘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별한 솔루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이 본연의 임무에 몰입하도록 하루빨리 정상적인 국방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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