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휩쓴 ‘나는 솔로’

2025년 상반기에는 K-팝 그룹이 득세하던 음원 시장에서 솔로 가수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음원 순위 톱10 중 7곡이 솔로곡이었다. ‘팀보다 나은 선수는 없다’는 통설이 빗나간 셈이다. 아울러 역주행과 리메이크곡이 부각됐다. 반면 보이그룹의 음원은 톱20으로 범위를 넓혀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톱10 중 7곡이 ‘나는 솔로’

문화일보가 KT지니뮤직에 의뢰해 상반기 음원차트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K-팝 그룹들을 밀어내고 솔로곡이 톱10을 장악했다. 특히 남성 솔로 가수들이 대세였다. 우즈의 ‘드라우닝’(Drowning)이 1위였고, 지드래곤의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과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지드래곤은 ‘투배드’(TOO BAD·9위)까지 총 2곡을 톱10에 진입시켰고, 조째즈의 ‘모르시나요’가 8위, 로이킴의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솔로곡은 걸그룹 블랙핑크 출신 로제가 홀로 발표한 ‘아파트’(APT.·6위)가 유일하게 톱10에 포함됐다.

‘드라우닝’은 지난 2023년 발표된 곡이다. 우즈가 현재 군복무 중이라는 것도 이채롭다. 그는 지난해 KBS 2TV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에 군복을 입고 출연해 ‘드라우닝’을 선보이며 폭발적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나는 반딧불’은 역주행곡이자 리메이크곡이다. 당초 중식이밴드가 2020년 발표한 노래인데, 황가람이 다시 부르면서 중식이밴드의 노래까지 나란히 뒤늦게 주목받았다. 조째즈는 여성 듀오 다비치가 2013년 발표한 ‘모르시나요’를 12년 만에 리메이크하며 나이 마흔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고개숙인 보이그룹…에스파·아이브는 걸그룹 자존심 지켜

팬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보이그룹들은 상반기 음원 시장에서 통 힘을 쓰지 못했다. 톱20에서 자취를 감췄고, 보이넥스트도어의 ‘오늘만 아이 러브 유’(24위)가 가장 높은 순위다.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35위)와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40위) 등 3곡만 톱50에 랭크됐다. 톱100으로 범위를 넓혀도 보이그룹의 노래는 총 5곡뿐이다. 올해 상반기 신곡을 발표한 보이그룹 중에서는 보이넥스트도어만 톱100에 포함됐다. 세븐틴, 엔하이픈, NCT 등 내로라하는 보이그룹이 상반기 새 앨범을 공개하고 수백만 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했지만 음원 차트에서는 고개 숙였다. 소비력을 갖춘 팬덤이 앨범은 대거 구매하지만, ‘대중성’이 앞서는 음원 시장에서는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걸그룹의 음원은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에스파와 아이브가 ‘투 톱’(two top)을 구축하고 있다. 에스파의 ‘위플래시’(Whiplash)와 ‘슈퍼노바’(Supernova)가 각각 4위와 17위에 랭크됐다. 아이브의 ‘레벨 하트’(REBEL HEART·5위), ‘애티튜드’(ATTITUDE·20위)도 톱20에 포진했다. 톱100에 이름을 올린 걸그룹의 노래는 총 23곡으로 보이그룹을 압도했다.

밴드 음악도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데이식스와 QWER이 각각 보이밴드와 걸밴드 선두주자다. 데이식스는 ‘해피’(HAPPY·7위)를 비롯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11위),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13위), ‘예뻤어’(21위) 등 톱100에 6곡을 진입시켰다. QWER도 ‘내 이름 맑음’(14위), ‘고민중독’(22위)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KT지니뮤직 홍세희 플랫폼 사업본부장은 “보다 쉽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가진 솔로곡이 음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반면, 차별화된 장르와 콘셉트를 앞세워 팬덤과 ‘그들만의 문화’를 구축하는 보이그룹의 음악은 앨범 판매량과 음원 소비량에서 괴리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