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진흥원 ‘도시숲 예술치유’
영국 발레단 출신 전문가 지도
중장년 외로움·고립 해소 효과

“틀리고 맞는 건 없으니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됩니다. 사진 속 무용수들에게 영감을 받았다면 자신의 움직임에 활용해도 좋아요.”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는 중장년층을 위한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번 프로그램은 파리 오페라 발레와 함께 유럽 발레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영국 로열 발레단 출신 전문가의 지도 아래 운영됐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교육진흥원)과 영국 로열 발레단, LG아트센터 서울, 서울식물원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1일에는 식물문화센터 보타닉홀에 모여 강사의 지시에 따라 무릎을 구부려 앉는 ‘플리에’를 비롯한 발레의 기본 동작을 익혔다. 어색함도 잠시 15명의 중장년들은 몸으로 인사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서로 몸을 부딪치고 손을 잡는 데 주저함도 없었다. 이어 삼삼오오 팀을 이룬 뒤 로열 발레의 레퍼토리 작품 중 하나인 ‘애프터 더 레인’의 음악에 맞춰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뻗었다.
은퇴를 앞둔 무용수들에게 헌사하는 작품인 만큼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춤을 인생에 접목해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며 “처음 보는 분들과 동작으로 마음을 열 수 있어 행복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다음 날에는 실제로 식물들과 교감하며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이날 강사로 참여한 엘리자베스 포스터와 데이비드 피커링은 세계 각국에서 예술과 치료를 결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전문가다. 포스터는 “사람들은 머리로 생각하는 데 갇혀 있는 데다 우리 몸도 ‘생활’을 하는데 종종 그 사실을 까먹는다”며 무용과 함께하는 예술치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커링 역시 “체화된 춤과 움직임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덧붙였다.
교육진흥원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은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을 결합해 회복탄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나아가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고립을 해결하고 사회적 돌봄을 달성하겠다는 목적이다.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넘어설 정도로 외로움은 중요한 사회 의제가 됐다.
교육진흥원은 2015년부터 ‘마음치유, 봄처럼’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220여 개 협력시설과 함께 학교 부적응 학생, 치매 위험 어르신, 고립·은둔 청년, 위기 청소년 등을 위한 맞춤형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확대해왔다. 최근 3년간 해당 사업의 효과 연구에 따르면 참여자의 회복탄력성은 약 8%, 긍정적 사회인식은 약 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도시숲 예술치유’ 이외에도 국립세종수목원을 거점으로 전국 4개 수목원·정원에서 연간 36회 이상의 다양한 예술치유 프로그램과 대규모 축제 등이 개최된다. 또한 국내 음악가, 합창단과 산림·복지 전문가가 함께한 노년 대상 도시숲 탐색 합창 프로그램과 고립된 청년을 위한 온라인 책모임 등도 예정돼 있다.
문화일보·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공동기획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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