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편의점·카페 등의 필수품인 플라스틱 빨대 금지 소동은 허울뿐인 규제의 전형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와 함께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스타벅스는 정부의 금지 조치보다 빨리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가, 이제 원상으로 돌아갔다. 플라스틱 빨대는 문재인 정부 때이던 2019년 11월 재활용촉진법 개정으로 금지 조치가 도입돼, 2022년 11월부터 시행됐다가, 2년여 만에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친환경을 앞세운 엉터리 규제였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였지만, 이미 2019년 영국에서 실패했던 탁상 규제였다. 섬유 혼합 재질로 만든 종이 빨대가 대신 도입됐지만, 쉽게 젖고 흐물거리는 단점에다, 재활용이 안 돼 오히려 반(反)환경이었다. 물론 한국도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플라스틱 감축 효과도 논란이다. 한 해 일회용품 발생량 중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의 비율은 1.3%에 불과하고,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에선 고작 0.3%일 뿐이다.

그런데도 종이 빨대가 환경에 더 나쁘다는 환경부 용역 보고서는 지난해 초에야 공개됐다. 종이 빨대의 경제 효과가 크다는 보고서가 2019년 금지 조치 직후 나온 것과 대조된다. 이 사이에 종이 빨대 제조업체 상당수는 수요 절벽과 공급망 불안에 생산 중단 또는 폐업 지경에 몰렸다고 한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실에 안 맞는 억지 규제의 허물을 감추려고 엉터리 설문조사와 분석을 동원하기가 예사다. 과대 포장·일회용 비닐 규제 등 한둘이 아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무리한 추진에 소비자·편의점 등의 불편만 키운다는 비판 끝에 시행 지역이 세종·제주 두 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유독 환경부에서 이런 엉터리 규제가 남발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편향적 환경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 온난화·탈(脫)탄소 등으로 확대하면 비과학적인 황당한 규제가 더 즐비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현실에 안 맞아 실효가 없으면 헛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민생 정부·실용 정부에선 이런 탁상 규제부터 재현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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