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제21대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달성한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상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고, 3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집중투표제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의 쟁점은 상정을 보류하고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 절차를 밟자는 국민의힘 제안을 수용했다. 여야가 상정에 합의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서 최대주주 의결권에 대한 3%룰 강화 등의 상법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것은 이사 책임과 직결된다. 개별 주주보다는 주주 전체의 집합적 이익을 보호할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사의 책임을 묻는 주주로부터의 소송이나 배임죄 고발 등 법적 분쟁이 증가할 상황이다. 현재도 이사회의 의결로 시행되고 있는 전자주주총회는 2027년부터는 대규모 상장회사에서는 의무화된다.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라는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의무선임 비율도 기존의 4분의 1 이상을 3분의 1 이상으로 높였다.
사실 사외이사라는 명칭은 실제와 다른 이름(misnomer)에 가깝다. 이 제도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독립(independant) 또는 외부(outside) 이사라 부르는데 우리는 사내이사와의 구분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외이사로 쓴다. 개정안에서는 비상장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의 경우에만 독립이사로 명칭을 바꿔 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압박감을 높였다.
기업 담당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출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산해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최대주주와 특수괸계인 지분율이 더 높을수록 선임권이 약해지는 모순적 구조다. 의결권이 배제되는 지분이 많을수록 의결정족수를 맞추기도 힘들고 소수파가 연합해 추대하는 후보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상법 제542조의 12 제4항(감사위원회의 구성 등)을 2020년 12월에 개정할 때 감사위원인 이사는 사내외 구분 없이 모두 최대주주 지분에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을 합산하려는 정부안에 대해 당시 법사위 간사였던 백혜련 의원 주도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은 제외하는 수정안을 관철했었다. 이번 개정안은 2020년 12월에 덮었던 불씨를 되살린 것이다.
현재로는 정관에서 별도로 증원하지 않으면 1인의 분리선출 감사위원이면 되지만, 2인 또는 감사위원 전부로 확대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3인의 감사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한 상장회사가 많다.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많아야 하는 규제에 맞춰 3인 사외이사에 2인 사내이사로 구성하는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통산한 3%룰은 최대주주의 이사 과반수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집중투표제도 대주주 경영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G의 경우 집중투표제 등 지배구조 선진화에 앞장서다가 2006년 국제적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공격을 받고 집중투표제에 따라 워런 리히텐슈타인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는데 이사회 출석률이 극히 불량했다. 이들은 10개월 만에 44% 차익(1500억 원)을 챙기곤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제 입법된 상법개정안을 보완, 정착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다. 기업이 살아나야 투자수익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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