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 협상이 유예 마감(8일)을 앞두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영국(10%)과 중국(30%)에 이어 3일에는 베트남과 상호관세 20%, 제3국 환적 시 40%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인도와도 타결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본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은 거칠어지고 있다. 느닷없이 “쌀이 많이 부족한데도 우리 쌀을 사지 않는다”며 걸고 넘어졌다. 심지어 “버릇이 없다(spoiled)”며 “상호관세를 24%에서 30%나 35%로 높일 수 있다”고 위협했다.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이 농민 표를 의식해 협상에 미온적이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내일부터 하루에 10개국씩 20%나 25% 또는 30%의 관세를 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쌍방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정상들 발언 사이에 엄청난 거리감과 관세 협상의 난기류가 느껴진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방한을 취소하면서 7월 말∼8월 초로 예상돼온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미 공화당 하원의원 43명은 미 정부에 “한국과 협상에서 디지털 분야의 비관세 장벽을 없애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온라인플랫폼법을 겨냥한 집단행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최대한 관세 유예 기한을 연장하고 일방적 통보 대신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 짓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한국의 상호관세는 베트남의 20%보다는 낮아야 한다. 베트남과 달리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이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였던 나라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도 660억 달러로 베트남(1235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고, 2023년 대미 직접투자는 215억 달러로 압도적 세계 1위였다. 미국이 바라는 조선·원전산업 협력, 미국산 원유 도입 확대,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참여 등 다양한 카드를 동원해 ‘줄라이 패키지’를 성공시켜야 한다. 결코 관세 전쟁의 희생양이 돼선 안 된다. 자칫 대외개방적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안기고, 최악의 통상외교 참사로 기록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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