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량진 1구역’ 현장 가보니

 

“1+1 분양 받은 조합원들은

다주택자 분류, 대출 못받아”

조합원 961명 중 54% 해당

 

6·27 대출규제 혼란 가시화

수도권 4.8만가구 이주 비상

‘돈줄 막힌’ 정비사업

‘돈줄 막힌’ 정비사업

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재개발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노량진1구역을 비롯해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단지들은 6·27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이 현격히 제한된 상태다.

글·사진=이소현 기자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를 받고 나면 1+1 분양을 받은 조합원들은 전부 다주택자로 분류돼 이주비 대출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1+1으로 2채 신청한 사람이 전체 조합원의 절반이 넘어요.”

6·27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이면서 서울 정비사업장의 ‘대혼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인 시점에서 대책이 발표돼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곳으로, 조합원들은 이주부터 입주까지 돈줄이 사실상 차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정부가 이번 대출 규제로 지난달 27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단지에 모두 강화된 이주비 대출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80대 고령 조합원도 많은데, 이주비가 없으면 공사 기간에 거주할 집을 구하는 데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기존 임차인도 내보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1+1 분양이란 종전 자산의 주거전용 면적이 분양신청 면적보다 더 넓은 조합원이 2개의 분양권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량진1구역의 경우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 961명 가운데 54.8%(527명)가 1+1 분양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현상은 한남 2·3·4·5구역 등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지 전반에서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규제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53곳에서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약 4만8000가구가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집주인이 집을 매도한 후 전세로 거주하는 이른바 ‘주인전세(주전세)’를 활용했다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지난 3일 찾은 노량진1구역은 노후 주택 사이로 노인들의 모습만 드문드문 보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40년 이상 거주한 원주민이자 주인전세를 사는 전세입자다. 노량진1구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체로 매매가가 20억 원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보니 매도자가 임차인으로 전환해 이주 시까지 전세로 거주하고, 이주비 대출이 나오면 전세금을 돌려주는 식의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며 “돌려줘야 할 돈이 8억∼10억 원은 될 텐데 제때 주지 못하면 법적 분쟁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조합 차원에서 사업자 대출을 통해 이주비를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회대출이 열려 있다고 해도 사업자 대출은 금리가 6∼7% 수준으로, 이주비 대출금리보다 2배 이상 높다. 사업비와 조합원 부담금이 대폭 늘어 사업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에 따라 속출하던 입주권 거래는 6·27 대책을 기점으로 뚝 끊긴 상황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평일 낮에도 매수 문의 전화가 이어지던 노량진1구역 일대 부동산들은 내내 한산한 분위기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토요일부터 전화가 한 통도 안 오고, 방문 손님은 하루에 한 팀 올까 말까”라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실질적인 공급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소현 기자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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