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준이 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막 내린 KLPGA투어 제15회 롯데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박혜준이 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막 내린 KLPGA투어 제15회 롯데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청산유수(靑山流水)’는 흔히 흐르는 물처럼 말을 잘하는 이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관용구다. 6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에서 막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15회 롯데 오픈(총상금 12억 원)에서 우승한 박혜준에 딱 맞는 표현이다.

박혜준은 이 대회에서 2022년 KLPGA투어 데뷔 후 73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거뒀다. 2003년생인 박혜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호주로 건너가 19세에 돌아올 때까지 미국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했다. 현재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호주 출신 선수인 그레이스 김, 캐시 포터, 스테파니 키리아쿠 등이 박혜준이 학창 시절 경쟁하던 이들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LPGA투어만 바라보던 박혜준의 방향타를 한국으로 돌리게 했다. 박혜준은 KLPGA투어에서 데뷔해 성장한 뒤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도전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출발은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2021년 8월 KLPGA투어에 입회한 뒤 3부 점프투어와 2부 드림투어를 거쳐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2023년은 다시 드림투어에서 경기했고 2024년 KLPGA투어로 복귀 후 두 차례 준우승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5년도 꾸준히 중위권에서 경기했으나 정작 톱10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직전 대회인 맥콜·모나 용평오픈에서 공동 7위가 전환점이 됐다.

박혜준은 “첫 대회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이 나쁘지 않아 올해가 기대됐는데 페이스가 점점 떨어졌다. 내가 이렇게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이러지라는 생각까지 했다”면서 “내가 공 칠때만 바림이 불고 그린 위의 돌도 나만 맞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함께 하는 프로님도 ‘전처럼 거만하게 말도 하고 플레이하면 좋겠다’고 조언을 하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자는 노력은 곧장 빛을 발했다. 박혜준은 해당 조언을 들은 뒤 출전한 첫 대회인 용평오픈에서 올해 첫 톱10에 들었고 그 다음 대회인 롯데 오픈에서는 데뷔 첫 승까지 맛봤다.

박혜준은 “골프를 하는 건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된다”는 자신의 지론을 소개한 뒤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으면 부모님은 언제라도 그만둬도 된다고 하셨다. 학창 시절을 해외에서 보내 한국의 또래 선수들처럼 경쟁하지 않으며 골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우승 비결을 꼽았다.

이번 우승으로 박혜준은 어릴 적 꿈꾸던 무대인 LPGA투어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 우승으로 10월 열릴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LPGA투어에 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도전할 기회가 생겼으니 이번엔 경험을 한다는 마음으로 다녀 오겠다”는 박혜준은 “KLPGA투어에 먼저 온 만큼 여기서 많은 우승을 하고 이름을 알린 뒤 LPGA투어로 가겠다. 앞으로 더 잘하고 LPGA투어에 가서 명예의 전당까지 가면 좋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인천=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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