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 신중론을 폈던 쟁점 법안 처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50%대였던 국정 지지율이 한 달여가 지나면서 60%대로 올라서고 민주당의 지지율도 국민의힘의 2배 수준이니 자신감이 생겼을 법하다. 하지만 중도층까지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응하란 게 아니라 경제·민생 추진력과 소통에서 나타난 실용·통합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한국갤럽)이다.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가 끝났으니 소수 야당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 장관 후보들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의혹이 쏟아지는데 입법 이슈로 덮으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애초 대통령실은 KBS·MBC·EBS 사장을 3개월 내 교체하는 내용의 방송 3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이 대통령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만나 “내 뜻과 같다”고 맞장구 쳤다. 후순위였던 ‘검찰개혁 4법’도 강경파의 반발 기류 속에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추석 전 단행을 주장하자 말이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며 “추석 전까지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 개혁 시기, 하려면 신속히 선제적으로 하자’고 메모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일 대놓고 “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 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들이 신속하게 처리되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다”면서 “7월 임시국회 처리가 목표”라고 했다. 그가 거론한 법안들 중 지역화폐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해당 상임위에서 시동을 걸었다. 박찬대 의원이 내란범 배출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차단하는 등 ‘야당 죽이기’나 다름없는 ‘내란특별법’을 발의한 것도 강성 당원의 지지를 얻으려는 속셈이다. 여당이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마지못해 따라가는 듯한 ‘기만전술’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말이 바뀌면 신뢰를 잃고, 민심 이반은 순식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2
- 슬퍼요 0